[ 커버스토리 ] 2000년08월29일 제324호 

[표지이야기] 유전자 DB, 제멋대로

국립보건원·국과수·검찰·연구소·군대까지… 사회적 절차 없어 논란

DNA 분석을 통해 개인 유전정보를 활용하는 곳은 바이오벤처들만이 아니다. 국내의 많은 대형병원들은 이들 기업보다 이미 오래 전부터 DNA 분석을 통한 유전자검사를 해왔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 94년 개원 이래 유전학 검사를 4734건이나 수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병원의 박찬형 성균관의대 교수팀은 최근 7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IL12란 유전자를 이용해 유전자 치료를 성공적으로 실시해 환자들의 암 부위를 상당히 줄이는 개가를 올려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보건원 특수질환부 유전질환과도 환자나 병원 등으로부터 의뢰받고 일찍부터 유전자검사를 해오고 있다.

이 밖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울대병원 법의학교실 등은 법의학적 사용을 위해 유전자감식을 해오고 있다. 특히 국과수는 91년부터 유전자분석실을 설치 운영해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2만건의 유전자감식을 처리했다. 혈액, 정액, 타액, 머리카락 등 현장 증거물에서 DNA를 뽑아 유전자형을 견줘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국과수는 그동안의 유전자감식의 성과를 바탕으로 수집된 유전정보를 한국인의 DNA 분포 및 빈도조사에 이용하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97년부터 유전질환 DB를 운영해오고 있다. 유전질환의 역학적 특성 연구와 국가적 대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다. 이 유전질환 DB에는 32명의 임상의사가 등록해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23개 질환 974건의 환자자료가 등록돼 있다. 국립보건원은 나아가 조만간 특수질환부 아래 유전체연구소를 설치하고 유전자은행을 구축할 계획이라는 게 이홍규 국립보건원 특수질환부장의 설명이다.

검찰도 유전자 정보은행 구축에 적극적이다. 대검 과학수사과 이문호 부장검사는 “강력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강간, 강도 등에 국한하면 연간 유전자정보가 데이터화되는 재소자가 1만명은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각 대학의 생명공학 관련 연구소 등지에서도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다. 군대에서도 해외파병 때 군인들의 실종에 대비해 유전자검사를 통한 개인 유전정보를 데이터화해 보관해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많은 기관들의 유전자 정보 이용은 공익적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합의 절차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 특히 국과수나 국립보건원, 검찰 등 국가기관이 추진하는 유전자은행은 그 나름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1992년 세계의사협회가 경고했듯 유전자 정보가 인종개발을 위한 국가의 우생학적 프로그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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