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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유전정보 보호, 강력한 법으로 ‘생명공학 인권 윤리법(가칭)’ 입법운동 추진… 보건복지부·과학기술부도 움직인다
이날 행사에서 김병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활동가는 “유전자를 통한 진단기술이 점차 보편화하고 있어 이제는 유전자 진단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지금까지 이미 많은 질병 유전자가 밝혀졌고 유전자 기술의 발전이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만큼 국내서도 개인 유전정보를 보호하는 관련 법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사회적 권력으로 떠오르는 유전정보
김동광 과학세대 대표는 좀더 구체적으로 “현재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생명공학 인권윤리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이와 더불어 “유전공학 연구자들 또한 안심하게 연구에 종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해주어야 할 필요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데 시민이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맞서는 이들도 적잖다. 과학기술부는 개인 유전자정보 이용과 관리에 대한 법안을 만드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는 말로 일축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유전자정보로 친자확인을 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민간 벤처회사들이 얼마나 있는지 ‘현재 상황’은 우리도 잘 모른다. 유전자감식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극히 제한돼 있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밝히고 있다. 과학기술부 김선빈 공공기술개발과장은 “우선 급한 것은 DNA 정보를 찾는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 유전자정보를 밝혀낸 것도 없는 수준인데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거론하는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지금 유전자정보는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기 위한 연구에 총력을 기울일 때지 인권침해 문제 등은 생각해볼 틈도 없다는 게 과학기술부의 생각인 것이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의 연구원들이나 유전자 조작을 다루는 적잖은 의사들도 정부의 이런 생각에 동조한다. 이런 찬반양론을 넘어 유전자는 이제 실험실을 넘어 주요한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것만은 분명하다. 바이오벤처들의 주가가 인기를 얻는가 하면, 인간게놈프로젝트란 과학적 용어가 어느덧 대중의 친근한 이름이 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중나선 구조를 가진 핵산인 DNA를 묘사한 기호와 상징물도 대중매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김동광 과학세대 대표는 이를 두고 “유전자, 유전정보가 사회적 권력으로 자리를 잡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권력이란 대중과 집단에 대한 강한 호소력의 다른 이름이다. 학교, 법원, 보험회사, 기업체 인사채용부서 등은 어느덧 과거에 IQ검사가 차지했던 자리를 유전자검사로 대체해 받아들일 태세다.
인간복제금지법안 등 자동폐기돼
유전자정보은행을 운영하는 목적(6조)은 3가지로 구성된다. △범죄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개인 식별자료검사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변사자의 신원을 분석하는 행정적 목적 △ 각 인구집단 내 대립 유전자 분포를 연구하는 등의 연구개발이나 감식기법을 연구하는 조사 등이다. 이 정보은행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할 권한(8조)은 위의 3가지 목적에 따라 검사와 사법경찰관, 행정관청, 그리고 과학 연구자에게 각각 부여하고 있다. 대검찰청 유전자감식실 이승환 실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범죄자 유전정보 데이터 숫자는 밝힐 수 없다. 91년부터 유전자감식 일을 해왔으니 상당수 데이터가 있다. 범죄 용의자의 DNA분석 의뢰가 오면 인적사항이 딸려 있게 마련이다. 법정에서 공소유지할 필요도 있는 만큼 인적사항별로 유전자정보를 자료화해서 보관해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의 유전자정보를 보호하는 강력한 내용의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바로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가 이에 앞장섰다. 참여연대는 조만간 ‘생명공학 인권 윤리법(가칭)’ 입법운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이 법에 △인간복제 금지 등 윤리적 이유로 금지되거나 규제되는 생명공학 연구 △유전자 치료에 관한 규제 △윤리적으로 금지 및 규제되어야 할 생명특허 △유전적 프라이버시 보호 및 유전적 차별 금지 △국가생명공학윤리위원회 운영 등의 내용을 포함할 작정이다. 참여연대는 오는 9∼10월께 이를 국회에 입법청원 형태로 상정하기로 했다. 사실 유전자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생명공학윤리에 관한 법안 제정의 목소리,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법은 복제양 돌리 파문 이후 우리 사회에서도 인간복제에 대한 규범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제기돼 왔다. 현재 생명공학에 관한 법은 생명공학 육성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말 그대로 ‘육성’법이지 유전자 연구를 누가 이용하고 어디서 관리하고 통제할 것인지는 전혀 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 법 15조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 고시로 유전자재조합 실험지침이 마련돼 있다. 유전자 이용에 대한 사회적 장치는 공백 그 자체다. 이에 지난 15대 국회에서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상정됐다. 이상희 장영달 의원이 낸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과 이성재 의원이 낸 인간복제금지법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법률은 모두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되는 운명에 처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도 나름대로 윤리적 지침을 제시했지만 아직 범사회적 기준으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마침내 생명윤리에 관련법안 마련에 서서히 나서고 있다. 올해 안에 당장 구체화할 것 같지는 않지만 정부 스스로 유전자 보호 및 생명윤리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준비하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대목이다.
“유전적 특성으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또 이 법의 11조는 모든 인간은 교육, 고용, 승진, 보험 등에서 유전적 특성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12조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유전정보를 본인의 동의없이 양도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 밖에도 이 법은 최근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인간복제에 대해서도 “다른 배아, 태아, 살아 있는 자 또는 사망한 자와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배아를 발생시키는 인공적인 조작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법안을 늦어도 내년 말에는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과학기술부 또한 가칭 ‘생명윤리에 관한 법률안’을 내년 6월까지 마련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과기부는 이를 위해 최근 각계 전문가 20여명으로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총리실 산하에 두고 다음달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자문위는 생명공학연구소 유향숙 박사 등 생명공학자를 비롯해 의학자, 인문사회과학자, 종교계 등 각계 인사들로 폭넓게 구성됐다. 과기부는 이 위원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인간 및 동물의 복제허용 범위, 인간 유전정보의 보호 등 생명윤리와 관련한 지침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창곤 기자goni@hani.co.kr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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