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0년08월23일 제323호 

[표지이야기] “이런 출연자들 정말 싫다”

합리적 토론은 뒷전이고 등급에 사로잡혀… 논객급 출연자는 극소수에 그쳐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털어놓는 출연자들의 문제는 한결같다. 과연 어떤 유형의 출연자들이 문제일까.

현재 주요 토론 프로그램들은 약간씩 토론 성격이 다르다. 한국방송공사의 <심야토론>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출연해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는 ‘디스커션’에 가깝고, 교육방송의 <난상토론>은 처음부터 편이 분명하게 나뉜 양쪽이 격렬한 논리싸움을 펼치는 ‘디베이트’의 성격이 강하다. 문화방송의 <유시민의 100분토론>은 이 중간성격쯤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 상관없이 각 프로 제작진들이 털어놓는 고충은 똑같다.

PD들이 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출연자의 등급 맞추기다. “아무개가 나오면 안 나간다”는 경우와 “아무개가 나와야 출연하겠다”는 주문부터 시작된다는 것. 주로 고위관료 등 정부쪽 출연자들이나 서열을 따지는 교수 출연자,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민감하다고 한다. 한 PD는 “이런 경우는 너무 많아서 거명하기조차 어렵다”며 “급을 따지는 풍토가 이처럼 심할 줄은 몰랐다”고 혀를 찼다.

제작진이 꼽는 가장 황당한 경우는 출연을 약속해놓고 안 나오는 경우. 대부분 출연시점에서 이해관계를 따져 출연해서 득볼 게 없으면 불참하는 식이다. 교육방송 <난상토론>에서는 의약분업을 주제로 한 생방송 당일에 약계쪽 출연자가 출연을 펑크낸 적도 있었다.

막상 출연을 해도 다양한 말썽 유형이 출연진의 속을 태운다. 제작진이 꼽는 가장 골치아픈 출연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주장 한 가지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 실제 문화방송 <유시민의 100분토론>이 이현세씨 만화 유죄판결과 청소년 자유를 맞물려 토론벌였을 때 한 출연자가 “청소년들은 어른과 달리 미숙하므로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100분 내내 반복했다. 생방송이라 편집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작진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에 못지않게 속썩이는 유형이 바로 ‘옆길로 새나가기’ 유형. 말꼬리를 잡아 논점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방송시간을 쓸데없이 잡아먹는 주범들이 이 유형이다. 이런 유형의 출연자들은 또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식으로 언성만 높여 다른 출연자들의 감정을 격앙시키기도 일쑤라고 제작진들은 입을 모은다.

괜찮은 출연자는 손꼽을 정도고 대부분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문제있는 출연자들이 누군지 ‘오프 더 레코드’로 귀띔하는 것조차 꺼렸다. 대신 토론 잘했던 ‘소수’의 출연자들을 꼽았다. 동국대 철학과의 홍윤기 교수와 고려대 강수돌 교수, 김기원 방송대 교수, 재정경제부 조원동 국장, 민주당 김근태 의원,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국장 등이 제작진들의 호평을 받은 출연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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