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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안의 무대, 사이버 토론방 온라인 논객들 똬리 틀어 논쟁의 산실로… 글쓰기 수준 지적 있지만 가능성 많아
이제 네티즌들은 오프라인 매체가 자신들의 토론에 참여할 것을 당당히 요구한다. 이른바 사이버 논객들이 오프라인의 답변을 이끌어낸 예로는 <창작과비평> 홈페이지를 들 수 있다. 창작과비평의 백낙청 편집인은 지난달 5일 창비게시판(www.changbi.com)을 통해 사이버공간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게시판 논쟁에 참여할 것을 밝혔다. 백낙청씨의 이 발표는 네티즌들의 끈질긴 문제제기가 배경이 됐다. 지난해 말부터 창비 홈페이지를 방문한 네티즌들은 “창비가 <오래된 정원> 출간에 맞춰 황석영씨에게 <조선일보> 인터뷰를 종용했다”는 소문의 확인을 요구했다. 백 편집인이 사이버공간으로 뛰어든 첫 번째 글에서 “기자합동설명회에서 황씨가 <조선일보>를 제외하라고 요구했던 것이 사실이고 창비쪽에서는 그럴 수는 없다고 저자를 설득한 것”이라고 쓴 것도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또한 네티즌들은 박남철 시인 성추행건에 대해서도 창비의 입장표명을 바랐는데, 백낙청씨는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인에서 일반인까지 폭넓게 참여
사이버 논객들이 오프라인에서의 문학권력을 재분배할 것을 주장한 예로는 문학과지성사 홈페이지(www.moonji.com)사건이 있다. 문지의 게시판은 지난 5월 문학권력 논쟁, 박남철 시인 성추행 논쟁 등을 겪으면서 6월 초 폐쇄, 이후 다시 게시판을 여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문학권력 논쟁은 권성우 동덕여대 교수가 문지사 게시판에 문지 동인 권오룡씨의 글을 비판하면서 반론을 위한 지면제공을 요구한 것을 문지쪽에서 거부함으로써 시작됐다. 이에 대해 김정란 상지대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womanliterature.net)를 통해 “상호소통(interactivity)이라는 인터넷의 기본적 속성을 무시하는 출판사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병문(26), 홍기돈(31), 김기정(25)씨 등 젊은 평론가들이 대자보(www.jabo.co.kr)를 통해 문지를 ‘문학권력’이라고 규정하면서 논쟁풍토 조성을 주장했다. 이 사건은 문학지라는 오프라인 매체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그 권력의 재분배를 온라인에서 주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외에도 인물과사상(www.inmul.co.kr)의 최장집 논쟁, 우리모두닷컴(www.urimodu.com)의 박정희기념관 논쟁 등 많은 논쟁들이 사이버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물과사상의 최장집 논쟁은 지난해 말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가 강준만 교수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다시 조명되었다. 이 기자는 결국 닷새 만에 게시판을 떠났으나, 20여개의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김정란, 진중권씨 등 이른바 논객들로부터 평범한 회사원까지 많은 사람이 활발히 이 논쟁에 참여했다. 이런 논쟁에 임하는 네티즌들의 열기는 실로 뜨겁다. 이제까지는 매체에 선정된 소수만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데, 인터넷으로 인해 유사 이래 처음으로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일인이 만인에게 외칠 수 있고, 만인이 일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사들이 홈페이지에 ‘토론방’을 적어도 하나 이상 개설하고 있는 것도 네티즌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곧 그 홈페이지를 떠나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 떠도는 글들이 모두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 학벌론, 남녀차별론, 지역감정론 등 네티즌들의 논쟁이 활발했지만 논리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논제들이 많다. 이런 토론들은 토론당사자들이 서로 의사소통하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욕설, 도배, 여론조작 등 사이버공간의 골칫거리들은 끊이지 않는다. 따라서 사이버 토론이 과연 한국 토론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인터넷한겨레 김미경 뉴스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사이버 토론은 완성된 형태라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한 쪽에 가깝다. 소수가 언론권력을 독점하고 있던 상황에 비해서, 일반인들이 미디어에 욕이라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거대한 진보이다.” 경향닷컴의 전성철 인터넷 전문기자 역시 “정보의 개념이 확장됨에 따라 욕 자체가 여론이라는 정보가 된다”라고 말한다. 감정적인 짧은 글이나 욕들은, 게시판에서 진지하고 길게 쓴 담론들을 묻히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논쟁이 네티즌들의 흥미를 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토론에 끼어드는 욕설문제는 심각하다. 이러한 욕설들이 사이버 토론을 설득력있는 담론이 아닌 일개 여론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은 명백하다.
심각한 욕설문제, 사이버 토론의 적
사이버 토론문화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한가지 점은 문장이 비주얼화되고 분량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이다.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춰 신문, 잡지 등에 길게 쓰는 오프라인 논쟁에 비해, 인터넷 토론은 구어체 문체에 이모티콘, 그래픽 사용도 불사한다. 이러한 문체적 변화에 대해서 <월간조선> 편집장 조갑제씨는 부정적 입장을 표시한다. “편하게 쓸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이 글쓰는 양이 늘어난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런 글들이 전반적인 글쓰기의 수준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조갑제씨는 또 개인 사이트(www.chogabje.com)에 진중권씨가 들어와 문제제기를 하는 데 답글을 붙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토론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중권씨는 “문어체와 구어체를 섞어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가 신문, 잡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전제하며,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것은 핑계다. 몇번을 정중하게 공식질의했다. 사이버공간은 즉각즉각 반응이 올라오기 때문에 곤란한 점이 금방 밝혀진다. 실력이 쉽게 탄로나는 것이다”라고 반박한다. 오프라인식 예의를 중시하는 필자와 온라인 문법을 사랑하는 논객, 어느 쪽이 향후 토론 문화의 대안이 될 것인가? 확실한 것은 사이버 공간이 존속하는 한 사이버 토론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사이버 토론이 있는한 오프라인 일반인들의 참여는 점점 더 확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언론권력의 재분배를 가속화하면서.
이민아 기자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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