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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6·15선언은 민족의 강령” 인터뷰/ 서만술 총련 제1부의장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14일, <한겨레21>은 국내 언론 사상 최초로 서만술(73) 총련 제1부의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서 부의장은 그동안 단 한번도 국내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서 부의장은 총련의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로, 지난해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독대하는 등 김 위원장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서 부의장을 만난 곳은 일본 도쿄 롯데플라자 옥상 특설 회장에서 열린 8·15광복절 기념행사인 ‘조국광복 55주년 6·15공동선언 지지 재일동포축제’에서였다. 검은 안경테에 감색 정장을 한 단정한 차림의 서 부의장은 인터뷰에서 “되도록 올 추석에 고향방문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른 난관이 있겠나? 이미 지방조직에 지시해서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는 중이다. 희망자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 1차 대상자로 일단 나이 많은 사람들과 절실한 사람들 중에 가장 절실한 사람들을 추려서 갈 거다. -실무절차는 잘 진행되고 있나. =합의가 나온 뒤 이미 주일 한국대사관에 두번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직 연락이 없다. 서울에서 합의된 사항에 따라 총련동포들이 남쪽에 갈 수 있게 적절한 조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든 성사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그쪽하고 의논해야 실천이 될 거 아닌가? 8·15는 이미 늦었으니까 되도록이면 음력 추석이라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권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공화국 공민이 그쪽 여권을 어떻게 받겠느냐? 우리는 이미 공화국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북남의 합의정신에 따라 특별조처를 취해줬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총련과 민단의 관계는. =우리는 지방참정권을 얻는 것에 반대한다. 왜 반대냐? 동포들을 일본사회의 귀화·동화의 길로 내모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단도 민족단체인데 그러면 안 된다.(참정권 얻으면) 동포들 눈이 어디로 돌아가겠느냐? 당연히 일본 정치로 돌아가서 너는 자민당, 너는 무슨 당, 너는 공산당 하게 된다. 자연히 민족단체에 뭉쳐서 권리를 지켜나가는 것보다 일본 정치세력으로 나뉘어서 사분오열된다. -하지만 참정권으로 얻을 권리도 있지 않나. =지금까지 우리 총련이 교육권 투쟁을 얼마나 많이 했나? 수십년간 투쟁해왔다. 참정권 얻는다고 그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200 대 1인데 일본인은 1억6천명이고 우리 동포들은 60만명밖에 안 된다. 표 하나 찍는 권리, 그것도 권리라고 할 순 있지만 그것 갖고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된다. -남북화해 시대에 총련도 변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그랬지만 공동선언을 받아서 일본 동포사회에서 (총련과 민단이) 함께 하는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 다만 민단이 모국방문단이니 해서 우리 총련동포들을 낚아서 데리고 가려는 속심(속셈)을 아직 버리지 않고 있어서 문제다. 먼저도 말했지만 참정권 운동을 버려야 한다. -그 두 가지가 화해의 가장 큰 걸림돌인가.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것들이 가장 결정적인 문제다. 사실은 선언 이후 접촉이 있었는데 잘 맞지 않았다. 우리는 정황 움직임을 보고 어떤 (협의)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모색하고자 한다. -민단에서 대화를 제의했다고 하는데. =그런 거 없었다. 공동회담 뒤에 민단도 성명발표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우리도 성명발표와 기자회견을 했다. 우리에 대한 제안서를 언론자(언론인)를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먼저 배포했다. -총련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소린가? 아, 총련동포들이 줄어들고…. 무엇을 두고 그리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리 생각 안 한다. 국적 같은 걸 보고 그런 말 하는 것 같은데 총련 속에도 한국 국적 가진 사람들 많다. 관청통계만 보면 그렇지. 고향방문이다 뭐다해서 부득불 바꾼 사람들이다. -민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는 같은 민족 아닌가? 북남이 수뇌회담에서 온 민족이 열렬히 환영할 만한 열매를 맺은 거 아닌가? 우리(재일동포)도 못할 일이 없다. 벽이 있는데 그 벽을 제거할 노력을 서로 해야지. 총련은 이렇게 생각한다. 앞으로 무조건 기준이 뭐냐. 바로 6·15 북남공동선언이다. 그것이 자막대기(잣대)이다. 민족의 강령이고 통일강령이고 민족단합의 기준이다. -북이 어려운 상황이라 총련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글쎄…. 조국이니까 일부 동포들 속에서 조국지원이다 해서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응당하다고 생각한다. 조국이 재일동포 도움을 안 받아야 한다고 생각 안 한다. 조국에 있는 동포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거 아닌가? 조국을 돕는 것은 의무이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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