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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안티조선, 권력놀음처럼 비친다" ‘황석영 파문’으로 다시 담배 피워문 이문열의 ‘조선 옹호론'
심사대상에서 뺄 것을 제안하겠다
―끊었던 담배를 피울 일을 들고와 미안하다. 먼저 황석영씨의 심사대상 거부에 대해 심사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심경을 듣고 싶다. =황 선배의 작품은 내가 추천했다. 2차 독회 때는 박완서씨의 추천도 있었다. 추천할 당시부터 그가 과연 이 상을 수락할 것인가를 두고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작가의 수상 수락 여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추천작에서 뺄 수는 없었다. 수상 전에 상에 흠집이 생긴 것 같아 유감이다. 개인적으로 행인지 불행인지 어쩌다 이런저런 문학상의 심사위원이 되어 선배에게 상을 준 적이 몇번 있다. 나 혼자 줬다면 당사자에게 욕이 되겠지만 세명에서 일곱명까지 여러 심사위원과 함께 준 경우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황 선배에게 모욕감을 줬다면 사죄할 수밖에 없다. 황 선배는 오랫동안 문단을 떠나 있어 받아야 할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다. 동인문학상이 이번에 상금이 5천만원으로 올라 대한민국의 문학상 가운데 가장 큰 상이 됐다. 이런 큰 상이라면 황 선배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추천한 사람으로서 사과한다. 심사위원 모임에서 그의 작품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다시 제안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동인문학상 심사위원 자리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숙고하고 있다. 내가 빠지는 것이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에 도움이 된다면 빠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탈락과 잔류를 공개하는 등 바뀐 동인문학상의 심사 방식이 비문학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추천한 사람이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서 탈락 의견을 내고 다른 심사위원이 반대하지 않으면 탈락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작가 본인들에게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탈락을 공개하지 말고 후보작을 계속 늘려가면서 내부적으로 수상작을 압축해가는 방식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씨가 심사대상 되기를 거부한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심사 방식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그는 <조선일보>가 “어려운 시기에는 냉전적 공격과 터무니없는 폭로로 ‘권력’을 누리고” 이제는 문화면에서 다양성을 보여줌으로써 “또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선일보>를 ‘권력’이라고들 하는데, 그 권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나. 발행부수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조선일보>를 국민들이 선택했기 때문에 <조선일보>가 최고의 발행부수를 누린 것으로 안다. 군사정부가 <조선일보>를 키웠다고 하는데, 군사정부가 언제 국민들에게 <조선일보> 구독하라고 강요한 적이 있는가? 군사정부가 <조선일보>의 부수를 늘리기 위해 무슨 조처를 취한 적이 있는가? 내 정보가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난 그런 일은 없는 걸로 안다. <조선일보>가 권력을 누리게 됐다면 그건 독자들의 선택이었다.
‘안티조선’은 일종의 ‘문화적 위장’
=몇 가지 읽어보았다. 이른바 ‘안티조선’쪽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크게 두 가지 있다. 첫째, 다 양보해서 <조선일보>가 과거 군사정권과 결탁했다고 치자. 지금은 안티조선쪽이 현재의 집권세력과 결탁해 있지 않은가. 안티조선쪽의 면면들을 보면 현 집권세력의 모태가 된 운동과 투쟁에 관여했던 사람들이다. 적어도 대부분이 현 정권과 우군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군사정권 시절 이런 운동(‘안티조선운동’을 말함)이 일어났다면 그건 얘기가 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과거의 일을 뒤집어놓은 것처럼 보여 마뜩찮다. <조선일보>가 DJ와 사이가 좋지 않으며 싸우기까지 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느냐. 그 때문에 안티조선운동은 일종의 정치적 보복으로까지 보인다. 이제 <조선일보>는 힘을 잃고 DJ는 힘을 다 가졌으니 보복을 벌이되 현행법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까 안티조선운동이라는 일종의 ‘문화적 위장’을 통해 보복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과문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세상 어느 나라에서든 특정 신문의 존폐를 두고 운동을 벌인 예는 없지 않을까 싶다. 어떤 신문의 그릇된 태도를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존폐까지 논하는 건 지나친 것 같다. 그건 일종의 테러리즘의 변형이며, 우리나라밖에 예가 없는 줄로 안다. 가령 영국의 <더 타임스>가 역사상 그릇된 논조를 펼 때도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그 신문을 없애자, 그 신문에 글을 쓰지 말자는 운동이 영국 지식인 사회에서 벌어졌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신문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신문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은 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신문의 존폐 여부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일은 참으로 별스런 일로 보인다. ―강준만 교수를 위시한 ‘안티조선’쪽은 “<조선일보> 폐간”을 주장한 적이 없고 스스로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 운동”이라 표현하고 있다. =어떤 신문의 ‘제몫’을 찾아준다는 것도 참으로 엉뚱한 발상이다. <조선일보>가 누리는 “몫이 과다하다”는 얘긴데, ‘몫’이란 다른 말로 ‘독자’ 아닌가. ‘몫’을 찾아주는 일은 그야말로 독자의 몫 아니겠는가. 독자들은 판단할 능력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떤 신문이 정말 논조가 형편없고 문제가 있다면 자연히 독자들이 안 보게 될 것이다. 누가 나서서 “제몫을 찾아주라”고 할 필요도 없다. 경우에 따라선 그것 또한 하나의 권력놀음으로 비친다. “제몫 찾아주기”란 구실에 지나지 않고 사실은 뭔가 <조선일보>가 마뜩치 않으니까 위해를 가하자는 뜻이 아니겠는가. ―최장집 교수에 대한 사상 검증 등에서 드러났던 <조선일보>의 극우적 논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조선일보>의 논조가 극우적이고 수구적이라 치자. 그게 싫은 사람들도 있겠지. 그러나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신문이 팔리는 것 아니겠는가? 그걸 왜 간섭하는가? 극우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하여 사회적 공적(公敵)으로 몰아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극우도 말하게 하라
―‘극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나보고 ‘극우파’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극우나 파쇼의 특징은 인종이든 계급이든 차별주의적 사고가 기반이 돼 있는 것 같고, 무차별한 전제주의 같은 것, 이성의 논리보다는 감성적인 설득이나 선동이 특징인 것 같다. 이런 게 독일 나치즘 등 20세기 초반의 극우의 특징일 것이다. 지금은 정의가 달라져야 할지도 모른다. ―극우적 논리를 펴는 일도 허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조선일보>가 극우적 논조를 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일이고, 설혹 <조선일보>가 극우라 하더라도 제거해야 할 공적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그렇게 단정짓는 일 자체가 논쟁거리이며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극우적인 발언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문제 역시 독자의 선택에 맡겨야 할 문제 아니겠는가. ―<월간조선> 편집장인 조갑제씨는 “평양 주석궁에 대한민국의 탱크가 들어가야 통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런 발언도 허용해야 하는가. =조갑제씨가 <조선일보>를 대표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발언도 가능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11일치 사설을 통해 “남쪽의 체제와 이념에 따른 통일” 아니면 “북쪽의 체제와 이념에 따른 통일”밖에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은 나도 그렇게 믿는다. 남쪽식 통일 아니면 북쪽식 통일밖에 가능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선례가 없는 일을 할 때는 겸손해야 한다. 예멘을 보라. 합의 통일을 했지만 결국은 전쟁을 치른 뒤 남예멘식으로 통일하지 않았는가. ―그런 주장을 펼 때 남북대화가 가능하겠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과 소련도 대화하지 않았는가.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전쟁의 위험이 커지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50년 동안 전쟁은 없었다. 남북이 대화한 것은 머리가 깨여서 그런 게 아니라 서로 필요가 생겨서 했을 뿐이다. (인터뷰가 충분하지는 않았으나 그에게 다음 일정이 있어 여기서 마무리해야 했다.) ―듣기에 따라 불편한 질문임에도 귀한 시간 내어 성실히 답해주어 고맙다. =나도 <조선일보>에 불만이 없지 않으나 오늘은 좀 지나치게 옹호를 했다. <조선일보>가 안티조선쪽에 크게 공격당해 기우뚱한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게 나의 균형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수 기자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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