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세상보기

부의 상징인가 살육의 상징인가

태어나서 도살될 때까지 7년 동안 어두운 농장에서 사육되는 여우 한 마 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0.5㎥이다. 야생여우의 활동공간에 비해 1/4백만에 지나지 않는 좁은 공간이다.

사육되는 여우들은 다치더라도 치료를 받지 못한다. 12월이면 껍질이 벗 겨질 운명을 타고난 탓이다. 먹이의 7%는 일년 전에 껍질이 벗겨진 동종 의 모피동물 사체이다.

여우의 최후엔 전기가 동원된다. 가죽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전깃 줄을 입과 직장에 넣고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여우는 가죽으로 남는다. 가스와 독살도 종종 이용된다. 이렇게 죽어나가는 동물은 세계적으로 매 년 3천만마리에 달한다. 야생에서 태어난 동물들도 1천만마리 정도가 어 김없이 가죽 때문에 잡혀 죽임을 당한다.

밍크나 여우 40∼200마리가 목숨을 바쳐야 한벌의 모피코트가 만들어진다 . 아직도 이땅에서 모피코트는 부의 상징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부릅뜬 야생동물의 원혼이 촘촘히 박혀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같다.


글 박승화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