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한겨레21 제182호를 읽고

책임있는 여권 모습 보여라

야권이 단일화되었다. 항상 분열의 모습으로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지 못 하던 야권을 생각할 때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반해 여권이라 고 말할 수 있는 세력은 지금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3김청산’이 라는 공통된 구호를 내걸고 있으면서도 개인적 야심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서로 갈라서 화살을 겨누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태생적 한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저버린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마땅하다. 정책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여론조사라는 통계적 수치를 무기로 자기중심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 가운 데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은 요원할 뿐이다. 그렇게 국민을 들먹이면서 도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을 행하지 못한다면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 다. 단일화된 야권에 맞서 책임있는 정책을 내놓는 여권의 모습을 보고 싶다.

권일지/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범물에덴타운 201-208

마음을 두드리는 편지를 써 보렴

특집 ‘가을! 한통의 편지가 그립습니다’는 기사가 마음을 두드렸다. 여 러 기사에서 정말 사람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좋았다. 전화·컴퓨터의 대량보급으로 이제 편지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 한통은 아무런 느낌을 전해주지 못하는 전화와 컴퓨터에 비할 수 없 다. 군에 있을 때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받은 편지, 사랑하는 연인으로부 터의 편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받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마음의 풍요로움 을 전해주었다. 가끔 사랑하는 친구나 부모님 그리고 오래전 은사님께 편 지 한통 전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이제 이 가을도 얼마 지나면 겨울로 바뀔 것이다. <한겨레21>을 애독하는 독자만이라도 가을이 지나기 전에 서로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줄 편지를 써 보았으면 한다.

황준철/ 대전시 서구 내동 코오롱아파트 6-1404

선관위는 한국논단을 처벌하라

각종 여론조사 결과 DJ는 여전히 선두다. 물론 그것이 곧 국민의 심판이 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 다수의 생각이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논단>의 김대중 후보 비난기사는 그 자신을 비난한 것 이 아니라 국민들을 비난한 것이다. 더욱이 무작위로 4천여명을 선정해 책자를 보냈다고 하는데 개개인의 신상명세가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10대 재벌의 공동출자로 창간된 잡지라는 면에서 김대중 씨에 대한 재벌들의 부정적 반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논단>은 분명히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였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와 함께 법적 인 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죽이기의 선봉자를 자임 하며 국민을 우롱한 <한국논단>의 자성을 촉구한다.

이상원/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284-1 삼덕사

냉전의 희생양, 그들을 보듬어라

추적 ‘어느 북파간첩 아들의 투쟁’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지금도 진행중 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 말로만 통일을 외치지 만 분단고착으로 기득권을 누리려는 남·북의 위정자들. 또한 주변 4강 역시 통일보다는 분단의 영구화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무기를 팔아 잇속을 챙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남·북한 공히 쌍방의 인정과 대화보다는 타도와 궤멸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었다. 이에 상호간 증오와 파괴의 분 출구로 간첩이 넘나들었다. 시대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간첩들은 지금도 현대사의 상처로 남아 있다. 그들의 죽음은 개죽음이었으며 외면 당했다. 이제 음지에서 비밀리에 희생당한 북파간첩들에 대한 정부의 대 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생존자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도 정부의 몫이 아닌가 한다. 분단국의 비극이 아물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채규정/ 충남 서천군 서천읍 군사리 729

걸음마 수준인 한국의 기상연구

과학과 지성에 실린 ‘엘니뇨, 더운 겨울이 온다’를 기후를 연구하는 사 람으로 관심있게 읽었다. 겨울철의 이상고온은 레저산업과 농사 등에 막 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에 이른 기상예보는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 라도 장기예보를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선진국 수 준과는 많은 격차가 있다.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연구가 ‘소홀’하다 는 지적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19 40년대부터 장기예보에 관심을 두고 인적·예산의 투자를 집중적으로 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80년대 후반에서야 연구가 시작되어 성과가 미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연구를 소홀히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할 수가 없는 실정인 것이다. 한편 해수면의 온도가 낮은 시기를 일컫는 ‘라니뇨’는 ‘라니냐’를 잘못 쓴 표기다. 스페인어로 엘니뇨(El Nino) 는 남자아이를, 라니냐(La Nina)는 여자아이를 뜻하는 말이다.

차은정/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대기과학과 대기역학실험실

우리 만화는 왜 찬밥취급 하는가

문화 ‘일본 열도 뒤흔드는 원령공주’를 읽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일본 관객 1천만명을 열광시킨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를 한국의 대 표적인 시사주간지에서 다루는 가운데 한국의 애니메이션을 위해 고군분 투하는 심형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한겨레21>이 ‘심형래 영화 제’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원령공주’를 대서특필하기보다는 경희 대에서 열린 ‘심형래 영화제’를 작은 기사로나마 다루는 게 낫지 않았 을까 한다. 또한 얼마 전 개봉되었던 만화영화 <홍길동전>이 생각난다. 많은 투자로 야심차게 만들었던 영화였지만 극장에서 일찍 간판을 내리고 명절이나 공휴일 아침에 텔레비전의 시간대로 메우게 되었다. 단지 우리 의 영화 기술이 뒤떨어져서일까. 음지에서 새로운 싹을 잉태하기 위해 헌 신하는 우리의 만화영화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원령공주>를 말하기 전에 <홍길동전>을 말하는 <한겨레21>을 읽고 싶다.

최윤희/ 충남 천안시 봉명동 2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