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이주의 독자

‘초보연애’ 이은영씨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한겨레21>이 힘을 보탰다.

이은영(20)씨는 ‘초보연애’중이다. 다음달이면 1백일이 된다. 얼마 되 지 않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지독히’ 빠져 있는 듯하다. 이번달에는 하루도 안 빠뜨리고 만나는 기록을 세웠다. 눈부신 청춘, 왕성한 사랑이 다. 그러나 남자친구에게 진솔한 고백은 별로 한 적이 없었다. “자기가 없으면 이 가을을 시린 가슴 쥐어뜯으며 보낼 텐데… 자기가 있기에, 떨 어지는 낙엽송이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보이는데….” 속마음은 그렇게 말 했지만, 입은 쉬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한겨레21>을 읽고 나서 용기가 생겼다. “그래 나도 쓰자.” 182호 특집 ‘가을, 한통의 편지가 그립습니다’가 그를 자극한 것이다. “그리움에 사무친 연인의 편지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누군가에 게 답장을 안 하고는 못 배기겠더라구요.” 당장 달려가 엽서를 샀다. 한 없이 쑥스러웠지만,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연인에게 보내는 최초의 편지 였다.

그는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건축자재회사에서 경리로 일하고 있다. 지난 해 2월 인천여상을 졸업한 뒤 들어간 첫 직장이다. 애초 대학은 생각하지 못했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과 1남3녀 중 맏딸이라는 처지 탓이었다. 그래도 ‘배움’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않았다. “메이크업을 공부하고 있어요. 지난달부터 학원을 다니고 있지요.” 돈이 꽤 든다. 한달에 30만 원씩이다. 꼬박꼬박 월급으로 충당하고 있다. 10개월 코스를 마친 뒤엔 분장학원을 두드릴 생각이다. 3년 뒤쯤엔 미국유학도 계획중이다. 결국 영화 분장사로 진출하고픈 꿈을 꾼다. <한겨레21>과 함께 <씨네21>을 정 기구독하면서 그 열망을 키운다.

<한겨레21>은 지난해 9월 처음 만났다. 한총련 사태를 객관적으로 다룬 기사에 믿음을 느꼈다. 대학생 친구가 많은 탓에 학생운동에도 관심을 둬 왔던 그였다. 그뒤 애인처럼, 한호도 안 빠지고 만나고 있다. “전 한겨 레에 콩깍지가 씌었어요. 신문이건 잡지건 이젠 다른 매체는 눈에 안 들 어와요.”

그는 따뜻한 기사가 좋다. 팔다리 없이 태어난 구원이의 이야기를 다룬 1 83호 ‘창’은 정말이지 감동이었다. 주로 말랑말랑한 글들을 많이 읽는 편이다. ‘작은권리찾기’나 김정란 교수가 쓰는 ‘논단’은 필독한다. ‘건강만세-소아과’도 빼놓지 않는다. 얼마 전 아이를 낳은(애가 애를 낳은?) 친구에게 ‘육아상식’을 수시로 들려주기 위해서다.

만 스무살. 그는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었다. 그러나 대선에서 누굴 찍을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정치에도 관심없고 ….” 그러나 남은 한달만큼은 <한겨레21> 정치기사를 열심히 읽겠단다. 누군가 찍긴 찍어야 할 테니까.

고경태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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