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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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부도로 이자는커녕 원금회수도 어렵게 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은 과연 얼마나 될까. 6월 말 현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25개 일반은 행의 부실여신은 4조9천7백13억원. 지난해 말 2조4천4백39억원이었던 것 이 불과 반년새 두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전체 여신에서 부실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말 0.8%에서 1.6%로 꼭 두배가 됐다. 그러나 이 것도 빙산의 일각이다. 은행감독원이 발표하는 부실여신에는 6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됐으면서 담보가 없는 ‘회수의문’과 법정관리 등에 들어가 사실상 대출금을 떼인 것으로 간주한 ‘추정손실’ 두 가지만 포함돼 있 다. 6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됐으면서 담보가 있는 ‘고정’은 빠져 있는 것이다. 외국처럼 부실여신에 고정까지 포함할 경우 부실여신 비율은 지 금의 몇배로 뛰어버린다는 것이 금융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은감원의 한 간부는 “고정까지 포함한 부실여신 비율은 지난해 말 4%대에서 올 6 월 말에는 5%대로 높아졌고, 올 연말에는 6%대로 더 뛸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부실여신 비율을 5%로만 잡더라도 그 총액은 17조원에 이른다 .
6%대의 부실여신 비율은 미국과 일본이 우리처럼 금융기관 부실채권으로 인해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시절에 기록했던 수치의 두배에 이르는 것이다 . 지난 92년 미국과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대출 비율은 3.1%였다. 그러나 미국의 부실여신 비율은 3개월 이상 연체이자가 발생한 대출까지 포함한 것. 미국의 기준을 우리에게 적용하면 부실여신 비율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난 6월 말 현재 부실여신 현황에는 올 들어 대기 업들의 연쇄부도로 새로 발생한 부실은 거의 빠져 있다. 연초에 부도가 났더라도 이자를 연체한 지 아직 6개월이 안 됐기 때문이다. 기아를 비롯 해 쌍방울, 태일정밀 등 하반기에 부도난 기업에서 새로 발생한 부실도 당연히 빠져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 여신이 2천5백억원을 넘는 대기 업으로서 올해 부도가 발생해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기아 등 10개 기 업의 총여신은 26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경원 금융정책실은 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에 대한 수치를 일절 공개하 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의 신뢰도 추락 등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제2금융권의 대표주자인 종금사에는 아예 부실채권에 대한 정확한 개념규 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관례적으로 기일이 돌아온 부도어음을 부실채권으 로 잡고 있을 뿐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과 제2금융권까지 합할 경우 금 융권의 총부실채권 규모는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원의 한 간부는 “정확한 부실채권 수치는 금융정책실이 극비로 보안을 유지하 고 있어 재경원 안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40조∼50조원에 이른 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50조원의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 현재 일반은행과 종금사의 총여신(3백76조원)과 지난해 국민총생산(GDP:3 백90조원)에서 모두 13%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민 한사람당 1백8만 원의 금융부실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