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표지이야기

미국과 유럽 여러나라들은 금융위기 어떻게 넘겼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으로 인해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80년대 급속하게 증가한 금융자산이 부 동산값 등 자산가치의 하락과 함께 버블붕괴 현상이 빚어진 결과다. 이들 국가들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재정을 포함해 최고 국민총생산( GDP)의 20%에 이르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다. 또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 실금융기관에 대해서는 합병이나 청산, 심지어 정부가 주식을 전량 인수 해 아예 국유화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


SLN사태 해결, 미국 1천억달러 투입

미국에선 80년대 말부터 7백여개에 이르는 저축대부조합(SNL)이 막대한 부실자산 발생으로 위기에 빠졌다. SNL은 예금자들의 돈으로 부동산 등에 투입해 얻은 수익을 배당해주는 금융기관. 미 정부는 사태해결을 위해 국 가재정을 투입하는 것과 동시에 지급보증을 서기까지 했다. 반면 부실의 책임을 물어 SNL 경영진 대규모 물갈이와 함께 회생 가능성이 없는 SNL에 대해서는 합병과 청산을 단행했다. 2년6개월 동안 SNL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재정자금은 1천억달러를 넘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구3국 역시 부동산가격 하락에 기름값 하 락 등이 겹치면서 80년대 말부터 금융위기를 맞았다. 92년 말 당시 북구3 국 금융기관들의 총대출에 대한 부실채권비율은 11∼14%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북구3국의 부실채권 기준은 우리보다 훨씬 엄격해 스웨덴은 2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된 채권,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3개월 이 상 연체된 채권을 부실로 간주했다. 만약 이들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면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비율도 두자리수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

87년 하반기부터 북구3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융위기에 직면한 노르웨이 는 80년대 말 상업은행보험기금 및 저축은행보험기금 등 예금보험기구를 통해 부실은행의 자본금 확충을 위해 우선주를 인수했다. 그러나 두 예금 보험기구의 재원이 고갈되고 대형은행의 부실화가 가시화되자 91년 3월 노르웨이 정부는 재정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 첫 조처가 정부은 행보증기금을 설립해 부실은행의 증자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정부은행보증기금은 설립 초기에는 재정차입금으로 예금보험기구에 부실 금융기관 우선주 인수자금을 간접 지원했다. 그러나 자산규모 2, 3위인 크리스티아니아은행과 포쿠스은행이 지급불능을 선언하고 최대은행인 덴 노르스케은행마저 자본금 요건 미달로 신주발행을 연기하게 되자 기금법 을 개정해 아예 이들 은행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인수해 버렸다. 92년 말 당시 전체 은행자산의 85%를 차지하고 있던 이들 3대은행에 대한 노르웨 이 정부의 주식지분율은 포쿠스가 100%, 크리스티아니아가 98%, 덴노르스 케가 55%에 달했다. 노르웨이는 이와 별도로 모든 은행에 상업베이스로 신주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은행투자기금을 설립했다. 정부은행투자기 금은 정부의 출자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이용해 자기자본부족 은행이 증자 를 할 때 민간이 응모하는 경우에 한해 부분적으로 우선주를 사주었다. 노르웨이 정부는 또 은행의 신주발행을 촉진하기 위한 주식시장기반 조성 책의 일환으로 금융기관 주식취득에 대해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세법개정 을 단행했다. 91년 말에는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낮은 금리의 특융을 은행 에 지원하는 한편 예금보험기구에도 출연했다. 88∼92년중 부실은행 구제 ·정리에 투입된 노르웨이 정부 및 중앙은행, 예금보험기구의 자금은 GDP 의 4% 수준에 달했다.


40개 은행 하나로 합친 핀란드

스웨덴은 지난 90년 부동산가격의 하락과 함께 주로 부동산 대출업무를 하던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되면서 이들에 거액을 대출해준 은행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노르웨이와 달리 예금보험제도가 없던 스웨덴은 9 1년 지급불능 위기에 처한 자산규모 2위의 노르드은행 주식을 100% 사들 여 국유화하고 제1저축은행에 채무보증을 지원했다. 92년에는 고타은행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지급불능사태 에 직면하자 역시 주식을 모두 매입해 국유화했다. 92년 9월 스웨덴 정부 는 금융시장 및 은행시스템 안정을 위해 외국은행 지점을 제외한 국내 모 든 금융기관의 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언하는 한편, 12월에는 금융시 스템 강화시책법을 제정해 본격적으로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에 착수 했다. 93년 5월에는 금융시스템 강화시책법에 따라 한시적인 정부대행기 관으로 금융구제청을 설립했다. 또 7월에는 은행 등 국가구제에 관한 법 을 시행해 금융기관 구제절차를 투명화했다. 이 법은 부실은행에 강도 높 은 정상화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자기자본비율이 2% 밑으로 내려가거나 금융구제청과의 합의를 현저하게 위반한 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기존주 주의 주식을 강제매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스웨덴은 이와 별도로 노르 드은행과 고타은행의 부실채권을 인수, 처리하기 위해 정부산하로 부실채 권처리전담회사를 설립했다. 부실채권처리전담회사는 정부출자와 은행차 입을 통해 조성된 재원으로 은행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스웨덴은 93년 말 고타은행의 제3자 인수가 여의치 않자 노르드은행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스웨덴 정부가 91∼93년중 부실금융기관 구제를 위해 지원한 자금은 84억 8천만달러로 GDP의 4.7%에 달했다.

핀란드는 89년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국내 4위 은행이며 저축은행의 중앙기구인 스콥은행에 대한 특별감독에 착수한 것을 계기로 금융위기가 표면화되면서 부실금융기관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91년에는 스콥은행 이 기업어음(CP)을 차환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자 중앙은행이 스콥은행 주식의 50% 이상을 인수했다. 또 92년 4월에는 재정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부보증기금을 설치해 부실금융기관 정리를 위한 출자, 융자, 보증업무 를 전담케 했다. 이 보증기금은 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우선주를 매입해 신규자본을 공급하는 동시에 분할인수, 합병, 부실채권처리기구 설치, 지 급보증 등을 통해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거나 구제했다. 40개 저축은행을 합병해 핀란드저축은행을 신설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콥은행과 유니타 스은행 등이 유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는 정부나 정부보증기금이 지 급보증을 서주었다. 91∼93년중 핀란드 정부와 정부보증기금, 중앙은행 등이 부실금융기관 정리, 구제를 위해 지출한 자금은 GDP의 20%인 1백67 억달러에 달했다.

곽정수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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