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진단

인터뷰-대선주자 4인 북돕기 입장

문:현재의 북한 식량난이 어느 정도인 것으로 보나.

이회창=우리 정부는 북한이 올해 추수 이전까지 외부로부터 약 1백40만∼ 1백50만t 정도를 도입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긴급한 위기상황은 넘긴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일부지역에 심각한 식량 위기 상황이 발생한 다면 이는 북한의 식량배급체계에 문제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통일원은 일단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세계식 량계획(WFP) 같은 국제기구들은 북한의 아사자 발생을 보고하고 있다. 애 초 통일원의 북한식량 소요량 계산근거는 하루 2끼먹기 운동 같은 감량배 급 때를 기준으로 했다. 이제 겨울이 시작돼 식량부족으로 인한 극심한 기아와 에너지 부족, 혹독한 추위가 겹쳐 상당한 북한주민이 아사하거나 동사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인제=연 80만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기아상태에서 헤매는 것을 국제사회 와 한국의 지원으로 구원해야 한다. 앞으로도 북한의 식량난은 자연재해 가 아니더라도 유류, 비료, 농기구 등의 부족으로 호전되기 어렵다고 본 다.

권영길=분명한 것은 대량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또 북한 당국이 인정하든 않든, 외부의 지원없이는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식량난의 근본원인이 북한의 경제구조 에 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문:지원된 식량이 과연 제대로 분배되고 있다고 보나.

이회=북한으로서는 지원받은 식량을 주민에게 배분함으로써 제공자와 약 속을 지켜 신뢰를 얻어야 차후 지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제기구 등과 협조하여 식량배급의 투명성이 보장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김대=지난해 침투하다 좌초된 잠수함에서 미국 통조림 상표가 발견돼 군 사력 증강으로 악용되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현재 국제 적십자사나 WFP 등 국제기구에서 몇명의 모니터 요원이 상주하고, 이들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 당국도 협조적이라고 한다. 현재로서는 100%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니터 요원을 상당수 더 증원할 필 요가 있다.

이인=북한에 지원되는 식량 중 극히 일부분은 북한 군부로 흘러들어갈 가 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감시를 위해 국제기구와 우리 정부 요원이 전달 과정을 확인하도록 협의해야 한다.

권=북한의 분배투명성에 대한 국제구호기관들의 평가가 대단히 양호하다 는 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분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는 기부국(단체)과 수혜국(단체)간의 신뢰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실질적 인 도움은 전혀 주지 않으면서 분배 투명성 문제만 걸고넘어지는 일부의 태도는 대단히 우려할 만하다.

문:김영삼 정부의 대북지원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회=그간 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생각하면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 려운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불확실하게 행동하는 상대에 대응하다 보니 변화를 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김영삼 정부는 초기 이인모 노인을 조건없이 북한에 보내기도 하고, 대북 쌀지원을 전격 결정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 한핵, 김일성 조문파동 등 현안에 일관성있게 대처하지 못해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대북지원정책은 남북관계개선에 실패했다고 생 각한다.

이인=김영삼 정부의 대북 지원정책은 결과적으로 일관성을 결여했다. 일 관성이 결여된 이유는 북한의 핵개발, 인공기 게양사건, 잠수함사건 등으 로 초기의 햇빛론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 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었다.

권=김영삼 정권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들러리에 불과했다. 김영삼 정권이 끊임없이 돌출행동을 취하고 대북 강 경정책을 취함으로써 남북관계가 후퇴하는 동안, 미국은 연착륙 정책을 통해 남북 모두에게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정권적 이 익에 집착했기 때문이었다.

문:인도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했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은

이회=김영삼 정권이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인도적인 지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총체적 대북정책의 틀 속에서 지원문제와 정치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이는 정부가 북한에 가장 절실한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4자 회담의 국내정치적 효과에 집착한 나머지 취한 일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 나 북한도 4자회담 참석을 조건으로 식량의 선 제공을 요구하는 등 4자회 담과 식량지원을 연계했다. 남북한 정부 모두 4자회담과 식량지원을 완전 히 연계하는 방식은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

이인=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지원 문제는 대부분 연계되는 것이 상례다. 특히 남북대화를 위한 4자회담 개최를 위해, 식량지원을 유인요인으로 제 시한 것은 현실적 방안이다. 그러나 나는 대북 식량지원 문제만큼은 헐벗 고 굶주리는 북한 주민을 위해 정치적 사안과 분리하여 추진할 것이다. 권=북한식량돕기는 첫째 민족화해 기여, 둘째 우리 가슴속 냉전찌꺼기와 북한 동포에 대한 불신 제거, 셋째 한반도 문제를 미국이 아닌 우리 스스 로 실현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이란 의의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동포 돕기운동은 인도적 운동이자 한반도에선 가장 정치적인 운동이다. 김영삼 정권은 4자회담과 식량지원을 연계해 남북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계 기를 놓치고 말았다.

문:대북지원과 관련한 한-미 협조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이회=대북지원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국가들과 ‘역동 적인 공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일관 성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때 대북주도권과 자주외교가 가능해진다고 생 각한다.

김=미국의 대북한정책은 점진적 포용정책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연착륙 정책은 나의 ‘북한관리’, ‘햇볕정책’을 통한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의 유도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을 개방 으로 이끄는 정책적 기조에서 미국과의 공조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으 리라 생각한다.

이인=한-미간에 대북지원과 관련된 마찰은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는 과정 에서 발생했다. 대북 경수로 지원을 비롯해 앞으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 은 한-미 양국이 상호이익을 합리적으로 계산해 결과적 이익을 공정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권=미국은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중재자 로 행세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남북관계 가 개선되려고 할 때마다 이를 방해해왔다. 따라서 우리는 일단 미국의 연착륙 정책에 대해선 공조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정책을 방해한다면 단호한 태도를 견지할 것이다.

문:민간차원의 북한동포돕기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회=정부가 북한동포돕기운동 등 시민단체의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동포 애적 차원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남북간 신 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하게 민족애 하나로 무조건 정부가 나서는 것은 오히려 국가안보와 사회안정을 책임지는 정부의 올바른 태도 가 아니라고 본다.

김대=죽어가는 우리 동포를 살리기 위한 운동은 인도주의 정신과 동포애 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에서 할아버지·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전 국 민이 광범위하게 참여한 북녘돕기운동은 통일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웠다 고 본다. 그런 연장선장에서 우리 당은 정치권에서는 선도적으로 이미 지 난 5월 북한동포돕기 성금을 모금하여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한 바 있다. 또 북한동포대책위도 구성했다.

이인=민간의 대북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진행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대북지원은 북한 체제나 지배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북한 주민 을 위한 것이다. 반면 우리는 이와 함께 북한이 대남적화전략을 포기하도 록 촉구해야 한다.

권=북한동포돕기운동이 김영삼 정권의 근시안적인 대북정책을 넘어서서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한다. 더욱이 이는 정부의 방해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큰 것으로 생각한다 . 그리고 이에 대한 전 국민적 요구가 명백해졌으므로 지금이야말로 정부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문:앞으로 이 운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이회=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도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결과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은 한적을 중심으로 창구 를 단일화하여 질서있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선의에서 출발한 대북지원이 자칫 우리 내부의 갈등요인이 될 수도 있다.

김대=북한 식량문제는 단기간의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다. 북한 농업의 전반적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이들 위해서도 북한의 과 감한 개혁·개방노선의 채택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간차원의 순수한 북한 동포돕기운동이 한반도의 중·장기적 식량문제 해결이나 북한 식량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인=이 운동은 우선적으로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인도적 사안의 해결 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북한의 식량과 관련해, 우리가 일 정 수준의 식량을 지원하고, 그와 더불어 일정 수준의 비료나 농기구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운동이 남북이산가족 상봉의 계기 가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권=북한동포돕기운동은 기본적으로 민족화해운동이다. 따라서 북녘동포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느냐 마느냐에 돕기운동의 장래가 달려 있다. 돕기운 동은 단기간의 캠페인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남과 북이 상통하는 구조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문:집권시 정부차원의 대규모 식량지원을 할 의사는.

이회=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은 근본적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한계와 병폐의 누적에 의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총 2억7천만달러 상당의 물품 을 지원하였으나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는 인색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북한의 상대적인 협조와 평화조처가 있을 때 정책적인 대규모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김=민간의 북한동포돕기운동이 우리가 갖고 있는 성의와 정성만큼 그 양 이 충분하지 않고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도 부족하다.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위해서 하루속히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와 대화해야 한다. 그 어 떤 대화없는 정부 차원의 일방적인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인=집권하면 북한 식량문제를 위해 민간차원 지원과 더불어 상당 수준 의 지원을 추진할 것이다. 식량과 함께 비료와 농기구를 포함해 농업기술 이전을 위한 남북한 협상을 추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개방이 일정 수준 이뤄질 것으로 본다.

권=국민승리21은 현재 전 조직이 돕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집권하면 모 든 행정력을 가동해 전 민족적인 동포돕기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당장 남 북협력기금으로 비축돼 있는 3천4백억여원을 대북지원에 쓰겠다.

문:특히 굶주리는 어린이에 대한 지원 방안은.

이회=북한 주민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의 영양문제가 현실적으로 크게 문 제가 되고 있다. 통일세대가 될 이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이 지원되도록 최 선의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한국적십자사를 중심으로 국내단체들이 협력하여 지원해야 하며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김=어린이는 어른과 다르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는 설령 아사를 면한다 할지라도 신체 발육에 치명적 장애를 받아 발육부진과 기형아가 돼 그 영향이 다음 세대에까지 미친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일이다. 어 린이에 대한 특별배급을 조건으로 한 정부차원의 식량지원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인=북한의 어린이들은 영양실조로 시달리며, 발육부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집권하면 이들 어린이들을 위하여 의료, 식량, 장난감 등을 제공할 것이다.

권=북한 어린이들도 민족의 미래다. 민족의 미래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 는 그 어떤 이유로도 유예되거나 거부될 수 없다. 필요하다면 정부 내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모범을 보이겠다.

문:북한동포돕기운동에 기업·언론의 참여를 허용할 의사는.

이회=대북지원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일관성 유지와 창구단일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기업과 언론도 북한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나 거시적으로 기본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당내 북한동포대책위원회에서는 기업과 언론의 자발적인 북한동포돕기 운동에 정부가 협조해주기를 요청한 바 있다. 국정을 맡게 된다면 기업과 언론 등 민간의 돕기운동이 자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다.

이인=북한동포돕기는 범국민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으로, 기업과 언론 도 당연히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대부분의 언론사는 방관자로 행동했고, 몇몇 일간지는 여기서 더 나아 가 북한동포돕기운동을 방해하기조차 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40여년간 한국정치를 이끌며 이득을 누린 기득권 세력 때문이라고 본다. 집권하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북한동포돕기운동을 정부차원에서 전개할 것이다.

정리=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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