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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취득세 이중고지…영수증 찾은 노력 배상소송

(사진/자신의 납세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한달 반을 뛰어다녀야 했던 황평우씨. 소송까지 벌인 것은 이중고지서의 피해가 더이상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삼복더위에 이틀 동안 영수증을 뒤진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것도 한가 운데를 꿰뚫어 철사로 꽁꽁 묶어놓은 영수증 뭉치를….” 황평우(36·현 대자동차 길음영업소 대리)씨가 한여름 두께가 5m가 넘는 영수증 뭉치를 뒤지는 수고를 하게 된 것은 그의 부인 사랑 때문이었다. 벌써 1년 반이 다 돼가는 일이다.

황씨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외진 편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 부 생활을 시작한 부인이 여러 차례 교통 불편을 호소해왔다. 시장을 한 번 다녀오는 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침 차를 바꾸려는 친구가 있었다. 10만원이라는 싼값에 친구가 타던 차를 인수해 부인에게 선물했다. 부인의 서툰 운전 실력이 나아지면 세금부담이 적은 경차를 다 시 선물할 요량이었다. 자동차 영업사원인 황씨인지라 명의이전을 하고 등록세를 납부하고 취득세를 납부하는, 일련의 과정은 막힘이 없었다. 수 명이 다한 낡은 차였지만 차는 말썽이 없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97년 7월7일, 취득세를 미납했으니 과태료를 포함해 2만2천9백60원을 납부하라 는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설마? 기억을 더듬었지만 분명히 취득세는 납부 했었다. 워낙 싼값에 구입했던 터라 취득세는 1만8천여원에 지나지 않았 다. 더군다나 그 차는 이미 지난 3월에 폐차까지 마친 차였다. 세금이나 과태료 등이 남아 있으면 폐차는 불가능했다.

당연히 행정착오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고지서에 적힌 전화번호를 눌 렀다. 노원구청 세무관리과였다. “분명히 취득세를 납부했는데 고지서가 또 나왔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봐 달라.” 공무원은 담당이 아니라며 전화를 돌려주었다. 똑같은 설명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설명을 다 듣고 난 공무원은 담당이 아니니 다른 직원을 바꾸겠다고 했다. 짜증 이 났다. 이번에는 여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명을 또 되풀이했다. 분명 히 납부했으니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등록한 날짜가 있을 테니 그 날짜의 취득세 납부장부를 확인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 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1시간30분 동안이나 전화통에 매달린 결과 는 “영수증도 없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는 질책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인데. 마치 내야할 세금을 내지 않 고 억지를 부린다는 투였다. 마지막으로 서울시 전산망에는 세금 납부여 부가 기록이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런 것은 없다는 답변은 차라리 고 압적이었다.

영수증을 찾지 못한다면 도리없이 취득세를 다시 물어야 할 판이었다. 돈 2만여원이 아깝다기보다는 국민을 믿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괘씸하다는 생 각이 먼저 들었다.

공무원의 짜증투성이 답변은 “그냥 납부할까”라는 유혹을 떨쳐버리게 했다. ‘그래 은행에는 영수증이 있겠지.’ 기억을 더듬었다. 노원구청의 은행출장소를 찾았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어렵다는 것을 몇번이나 사정을 해서 겨우 영수증 열람을 허락받았다. 그러나 막상 은행직원이 들고나오 는 영수증 뭉치를 본 순간 황씨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영수증 은 한줄로 쌓아놓으면 5∼6m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오기가 났다. 이틀 동안 뒤졌다. 그러나 황씨의 영수증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세금을 납부한 은행이 노원구청 출장소가 아니라 사무실 근처에 있던 강북구청 출장소라는 것이 기억났다. 헛수고였다. 다시 강북구청의 은행출장소를 찾았지만 규정 때문에 영수증을 내줄 수 없다고 했다. 막막 했다. 은행직원은 강북구청에 가보라고 했다. 원본은 세금을 낸 구청에서 보관한다는 것이었다. 강북구청 차량등록계를 찾았다. 사정을 들은 직원 은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4일, 강북구청 직원은 반가운 소식을 전 해왔다. 기뻤다. 당장 노원구청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우선 전화로 영수증을 찾았다는 것을 노원구청에 알렸다. 그동안의 경과 를 적어 노원구청장 앞으로 내용증명 우편을 보냈다. 공식사과와 그동안 들인 시간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도 요구했다. 비서실에서 전화도 오 고, 구청장 명의의 사과편지도 받았다. 그러나 피해에 대한 보상을 어떻 게 하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소장을 작성했다. 2백만원의 보상 을 청구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재판에서 이기게 되면 공무원이 그 돈을 변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잠시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무 원 박봉에 적은 돈은 아닐 터였다. 담당 계장은 깍듯한 존대를 써가며 합 의할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만약에 재판에 이겨 보상을 받게 된다면 처음부터 시민단체에 기부할 생 각이었다. 만약 보상금을 물어내야 할 공무원이 어렵다면 돌려줄 수도 있 는 문제였다.

“국민들은 날짜를 하루만 어겨도 과태료를 무는 등 벌칙이 따르는 데 공 무원은 어떤 벌칙을 받나요. 애초 영수증이 사라진 것도 공무원이 업무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 아닙니까. 나 하나만의 문제라면 모를까? 이런 일 겪는 분들 많잖아요. 이럴 경우 공무원도 배상해야 한다는 판례 하나쯤은 남겨야지요.” 앞으로 많은 시간들을 재판정을 오가야 하지만 결코 후회 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황씨가 전하는 말이다.

윤승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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