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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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미디어 기업 독점 현상을 비판하는 이들 목소리에 정작 당사자
들은 어떤 모습을 보였나?
지난 16일의 행사는 3백여명이 오후 5시 퇴근시간에 맞춰 맨해튼 중심가
를 행진했다. 따라서 ‘교통체증’의 원인이 됐다는 측면에서라도 기사화
할 만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들 거대 언론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렇다면 항의방문 대상에서 제외됐던 <뉴욕타임스>는 어떨까. <뉴욕타임
스>는 영향력 면에서는 이들 공룡 미디어 기업들에 버금가지만, 96년 매
출액이 25억달러(약 2조3천7백50억원)밖에(?) 안 돼 항의방문의 수모를
면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 문제에 관한 한 마찬가지로 ‘벙어리
’였다. <뉴욕타임스> 역시 3백여명의 젊은 언론운동가들이 떠들어댄 행
진뿐 아니라, 맨해튼 한복판에서 1천여명의 저널리스트와 언론학 교수들
이 참여한 ‘언론과 민주주의’ 심포지엄에 대해서 단 한줄 언급도 없었
다.
반응은 뜻밖에도 자칭 대안미디어로 일컬어지는 뉴욕 거리신문 <빌리지
보이스>와 <뉴욕프레스>(이상 10월28일치)에서 터져나왔다. 시니컬한 논
조의 가십성 기사였다.
“심포지엄 참가자들 중에도 미디어 독점기업 돈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느냐.” “인터넷 웹사이트의 발전과 함께 언론의 민주화는 자연스럽
게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 독점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미국만
큼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나라가 세계 어느 곳에 또 있느냐.”
10월17일부터 펼쳐진 일련의 ‘대안미디어운동’은 이렇게 독점 미디어
기업의 문제가 이슈화되기에는 미국 내 미디어 독점이 너무 심하다는 사
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