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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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행동 요령을 소개한 소책자.)
세계 미디어 독점기업의 메카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미디어 독 점기업 타도”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독점 미디어 자본에 항의 하는 행진이 펼쳐지는가 하면, 미디어 독점 문제를 따지는 책 발간, 심포 지엄 등이 줄을 잇고 있다.
거대기업 언론 독점의 폐해 고발
지난 10월16일 저녁 5시. 3백여명의 ‘뉴욕자유언론연합’ 회원들이 웅성 웅성 맨해튼 45가 비아콤건물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디어 독점 기업 찾아가 항의하기’라는 이색행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미키마우스가 만드는’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51가 CBS방송사 앞에서 롱아일랜드 뉴욕주립
대학 언론학과 카 그로스만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
이날 행진의 주체인 뉴욕자유언론연합은 지난 7월 만들어졌다. ‘연합’
은 모두 2백여개의 크고 작은 뉴욕지역 독립영화사, 프로덕션, 자유기고
가, 미디어 연구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그 면면을 잠깐 살펴보면 ‘대
안 라디오방송’, ‘공동체언론을 위한 동맹’, ‘대안언론을 위한 기관
’, ‘맨해튼지역네트워크’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목표는 “상업적인 독점자본과 정부,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지역 언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를 위
해 “모든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더 정확하게 자신들의 생각
을 반영할 수 있는 대안언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실
제로 이들은 상업주의 언론풍토가 판치는 뉴욕 한복판에서 묵묵히 공익방
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케이블 공익방송 <맨해튼지역네트워크>를 통해 방
송해온 풀뿌리 언론인들이기도 하다.
공룡언론에 대한 비판은 심포지엄 등의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10월16
일부터 19일까지 뉴욕대·쿠퍼유니온대 등에서 1천여명의 저널리스트·언
론학자들이 참석한 ‘제2회 언론과 민주주의 의회’의 초점도 거대 미디
어 독점자본 문제였다.
‘샌프란시스코 대안언론을 위한 기구’가 주최한 이 ‘의회’에서 미디
어 독점이 문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심포지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월17일 열린 이 심포지엄에서 위스콘신대학 로버트 맥체스니 교수
는 “미디어 독점의 결과 모든 문화산업의 캐릭터와 플롯이 거의 똑같은
모습을 띠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의 결론은 따라서 “문화환경의 다양
성을 위해 미디어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21세기 주요 커뮤니케
이션 정책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의에서 토론된 그 밖의 주제들도 모두 ‘언론 민주화’에 초점이 맞춰
진 것들이었다. ‘공익언론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미디
어 민주주의 운동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온라인 미디어를 언론 민
주주의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 50여개의 주제는 독점 미디어
에 대항할 대안 미디어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한편 11월5일 뉴욕 서점가에 첫선을 보인 책 <우리 미디어>(뉴 프레스)도
이들 대안 미디어운동에 불을 당기는 작업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1회 언론과 민주주의 의회’ 논의를 바탕
으로 한 이 책은 구체적인 수치로 미디어 독점 수준을 뚜렷이 보여준다.
△20대 독점 미디어 기업의 96년 매출액 현황 △20대 미국 일간신문 구독
자수 현황 △10대 미국 라디오방송 기업의 방송국 소유수 등은 그 대표적
내용이다. <우리 미디어>는 또 대안 텔레비전·라디오 방송, 대안 작가모
임 등 3백여개의 대안 미디어 활동기관 인터넷 웹사이트를 한데 모아 대
안 미디어운동의 현주소도 일게 해주고 있다.
이들 모든 움직임의 발단은 말할 것도 없이 통제불가능한 미국 미디어 독
점기업의 성장이다. 10월16일 뉴욕자유언론연합의 항의방문 대상이 된 비
아콤, 디즈니, 뉴스콤, NBC, 타임워너, CBS 등 6개 대표적인 미국 미디어
독점기업의 96년 총매출액은 8백15억달러(약 77조4천2백50억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중 언론기업 세계 1위로 꼽히는 타임워너의 96년
총매출액은 2백40억달러(약 22조8천억원)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너무
익숙해진
지난해 통과된 텔레커뮤니케이션법에 대한 반발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
지 않다. 뉴욕자유언론연합의 대표 제시카 그레스(35·<페이터타이거 텔
레비전> 프로듀서)는 “비상업적인 언론을 위한 공간은 점점 더 없애고,
상업적인 미디어 기업의 독점은 더 쉽게 만들어준 것이 이 법의 주요 뼈
대”라면서 “이 법이 헌법의 독점금지조항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밝혀줄
법정투쟁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습적으로 통과된 이 법은 한 방송사가 8개까지 라디오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한 회사의 언론사 소유 지분율 한계를 25%에서 3
5%로 높이는 등 미디어 기업들의 독점을 더욱 쉽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됐
었다.
전세계 대안 미디어운동 단체들과의 연대까지 모색중인 이들의 움직임이
점점 가속화하고 있는 세계 미디어 독점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뉴욕=김미경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미디어 독점은 하나의 문화만을 만든다
텔레커뮤네케이션법이 비상업 언론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