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격동하는 재벌/한일그룹

프로스펙스의 자존심

(사진/국제상사 신발생산공장. 프로스펙스는 올해 17개국에서 2백만달러의 로열티를 벌어들었다.)

순수 국산브랜드인 프로스펙스(국제상사)의 선전이 놀랍다. 숱한 국내 브 랜드가 외국의 유명 브랜드에 밀려 떨어져나가는 가운데 국내시장에서 계 속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스펙스는 지난해 국내시장에 서 1천8백억원(점유율 21%)의 매출을 올려 한국 내 판매액이 1천3백50억 원에 그친 나이키를 눌렀다. 전세계 1백여국가에서 1등의 자리를 고수하 고 있는 나이키를 한국 시장에서만은 2등으로 밀어낸 것이다.

그동안 화장품을 비롯한 많은 제품에서 “국산은 품질이 떨어지는 싸구려 ”라는 인식 때문에, 외국의 유명브랜드가 마치 흥행의 보증수표처럼 여 겨져 왔다. 그런데도 프로스펙스가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등 대스타 들을 동원해 물량공세를 펴는 나이키를 누른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에서 는 국제상사의 발빠른 시장대응, 뛰어난 품질,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꼽는다.

나이키가 국내시장에 처음 상륙한 것은 지난 81년 4월이었다. 당시 나이 키는 놀라운 기세로 국내시장을 잠식해 갔지만, 국제상사는 호락호락 물 러서지 않았다.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대응하는 대신, 6개월 만에 순 수 국산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다. 품질로도 승부를 걸었다. 프로스펙스라 는 브랜드명은 “프로선수들이 착용할 정도”라는 뜻으로, 그만큼 고품질 을 갖췄음을 내세운 것이다. 국민의 자긍심을 강조하는 광고캠페인도 잘 맞아떨어진 전략이다. 국제상사는 일본군 위안부, 학도병, 이순신 장군 등을 내세워 국산브랜드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심어나갔다.

그런 전략으로 프로스펙스는 85년 이후 지금껏 국내시장 점유율 20% 이상 을 꾸준히 유지하며 1위자리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 85년부터는 고유 브랜드로 해외시장에도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브라질, 홍콩 등 세 계 17개국과 계약을 맺고 2백만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올리는 등 국제적인 브랜드로도 도약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그룹 관계자는 최근의 판매율과 관련해 “애국심에 호소해봐 야 별 소용이 없더라”고 말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 는 박찬호 선수가 나이키 광고모델로 등장하면서 싸움이 정말 힘겨워지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엄살일까.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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