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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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선봉지역 1만5백여명의 유치원·탁아소 어린이에게 조그마한 도 움이나마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1월9일 북한 나진·선봉 행정경제위와 ‘이 지역 어린이들에게 영 양식품과 의약품을 무상기증하는 데 대해’ 합의한 재미동포 최경숙(46· 여)씨에겐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번 합의가 “실제 나이 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나진·선봉 어린이들이 제나이를 찾는 데 조금이나 마 기여했으면”하는 것이다.
이 합의로 최씨가 이사로 있는 미국JTS(Join Together Society) 등은 매 달 3만달러(3천만원)를 나진·선봉에 지원하게 된다. 어린이 한명당 3천 원씩 돌아가는 금액이다. ‘기아·질병·문맹 퇴치’를 목적으로 하고 있 는 JTS는 지난 91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현재 미국·인도·중국·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흔히들 나진·선봉지역은 다른 북한지역보다 나을 것으로 생각해요. 하 지만 1백4개의 탁아소·유치원이 있는 이 지역도 상황이 그리 좋은 게 아 니에요.”
최씨는 11월5일부터 시작된 6일간의 이 지역 방문에서 부모없는 어린 꽃 제비들이 장마당을 배회하는 모습도 봤고 ‘어린이에게 점심을 줄 수 없 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는 교육 관계자들도 만났다. 그는 “라진시 유 치원 등 몇곳에 아기분유·젖병·사탕 등을 전달했다”면서 “이번 합의 로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다. 최씨는 또 “나진·선봉 행정위가 지원에 합의한 것은 JTS가 총 8차례에 걸쳐 현지조사를 하는 등 성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JT S는 지금도 4명의 조선족 직원을 나진·선봉에 상주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씨에게도 고민이 있다. 매달 3만달러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엔 나진·선봉 행정위와 합의한 물고기공장 내 어 린이영양식품 공정이 본격 건설돼 지원액은 단박에 큰폭으로 뛰게 된다. 어린이영양식품 생산공정에는 모두 15만달러가 들어갈 예정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JTS의 모금에 특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단다. 최씨는 이번 방문에 서 “북한 주민들이 파란눈의 외국인들보다는 동족에게 더 친밀감을 느낀 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결국 북녘동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는 남쪽 동포뿐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14일 이런 마음을 담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성과 뜨거 운 동포애로 북녘동포들의 얼어붙은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어, 화해를 통 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남한동포들에게 간절히 발원합 니다.”
김보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