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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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이자 탤런트인 최병학(56)씨의 30여년 우리말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 한국방송공사 2텔레비전 <파랑새는 있다>의 ‘꾀박사’로 열연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법을 담은 실전 지침서인 <방송화술강 의>를 냈다. 이 책에는 드라마하랴, 외화더빙하랴 바쁜 틈 속에 연구해낸 우리말 사용법이 오롯이 담겨 있다.
“대학 다닐 때 학문적으로 인정받는 교수들이 답답하게 강의하는 것을 보고 올바른 언어표현 방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딱히 올바른 우 리말 표현법 교재가 없는 풍토 속에서 성우 일은 절로 자극제가 되었어요 .”
지난 62년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졸업 뒤 65년 문화방송 성우 2기로 입사해 30여년간 방송계에 몸담아온 그가 우리말 화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연구결과를 보면 오랜 방송경험만으론 결코 쉽지 않았을 이론적 깊이가 느껴진다.
지난 84년 외화시리즈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의 킹스필드 교수 역을 맡 아 개성적인 목소리 연기로 잘 알려진 최씨는 이미 방송가에서 ‘방송화 술분야의 현장스승’으로 이름이 높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각 대학에서 의 화술론 강의, 방송사 문화원 출강, 신인 탤런트 교육 등 눈코 뜰새가 없다고 한다.
“요즘 방송에 뜻을 둔 사람들이 많아요. 외국어가 우리의 정체성을 마구 짓밟는 상황 아닙니까.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배우고 말하는 것은 방송이 ‘사회의 공기’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먼저 방송인들이 풀어야 할 과제입 니다.”
최씨는 <방송화술강의>에서 단순히 우리말 따라읽기 방법에서 벗어난, 다 양한 예문을 통한 발성, 표준억양, 문장읽기, 표준발음법, 화술 실습법에 관한 정보를 꼼꼼히 담아놓았다. 그런 만큼 그는 아나운서 연기자 앵커 사회자 등 방송 종사자뿐 아니라 이 분야 지망생들에게 우리말 화법 지침 서로 활용되길 기대하는 바람도 크다.
최씨는 아버지이자 스승으로서 문화방송 아나운서인 딸 율미(28)씨를 챙 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방송가에서는 부러움을 사는 부녀 방송인으로, 집에서는 이일저일 의논하는 친구처럼 지낸다.
“아무리 바빠도 율미가 방송하는 것을 매일매일 모니터해 고칠 것을 지 적해요.” 지난해 아내가 떠나자 요즘은 자신의 말을 꼼꼼히 듣고 받아들 이는 딸이 더욱 충실한 버팀목이 된다며 대견해하는 모습이다.
권정숙 기자/ 한겨레 여론매체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