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한-프합작 유럽 한국서점 1호

‘에스파스 프랑코 코레엥’(한국-프랑스의 공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유럽 최초의 한국서점이 지난 10월 중순께 파리에서 문을 열었다.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한-프랑스 문화 교류의 공간을 지향하는 곳답게 이 서점은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동업으로 이뤄졌다.

이서주(33·사진 왼쪽)씨와 올리비에 텐(30)이 두 나라 합작서점 탄생의 주역이다. 프랑스 생활 7년째를 맞는 이씨는 90년 초 파리로 건너온 유학 생 출신으로 고고미술학을 전공했고 학업을 마친 뒤 지난 96년 5월 이미 최초의 한국서점을 개업했던 주인공이다. 의외로 교민·학생들의 호응이 큰 데 힘입어 이번에 텐과 의기투합해 유한회사 형태의 본격적인 한국서 점을 확장 개점하게 되었다.

올 봄에 결혼한 텐은 부인이 한국인으로 한국문화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결혼식을 치렀고 6월에는 성균관대에서 전 통혼례를 올렸다”는 그는 곱게 색동 신랑복을 차려입은 자신의 결혼식 사진을 자랑스레 내보였다.

벨기에와의 국경근처에 있는 북부도시 발랑시엔 출신으로 취업차 파리에 상경했다가 우연히 들른 한국식당에서 맛본 불고기 맛에 반했던 것이 한 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라고 한다. 그는 그뒤 한-프 친선모임을 조직 했고 이 모임에서 현재의 부인을 만났다. 미테랑 대통령 시절 대통령 경 호원으로 근무했던 특이한 경력을 가진 그는 미테랑의 한국방문 때 함께 방한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환대나 끈끈한 인간관계가 특히 마음에 든다는 텐은 “한국이 문화적으로는 깊이가 있는 것 같으나 한국 사람들은 국민교육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 사상적으로 균형을 잃고 있는 게 흠”이라면서 “통일을 위해 서는 하루빨리 이런 점들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애정어린 충고를 보 탰다.

이씨와 텐은 앞으로 한국 인기작가 초대사인회 등도 구상중이며 한-프간 문화교류 사업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들의 노력으로 파리의 한인들은 이번에 번듯한 한국서점에다 문화공간까지 가지게 된 셈이다.

파리=최연구 통신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