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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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음악적으로 더 올라갈 데가 없다." 넥스트는 광적인 팬들을 두고 무대에서 내려 왔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갖은 찬탄과 비난 속에서 90년대를 버텨오던 넥스트가 해체선언을 했다. 그래놓고 보니 넥스트가 빠진 공백이 보인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 여 있는 넓은 광장에 있었고, 자기들이 거기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서 활동했다. 광장은 시장이기도 하여 시장의 논리를 견뎌내지 않고서는 거 기 서 있을 수가 없다. 그 자리에 있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넥스트의 음악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공식적인 한국록을 보여주었다. 그 러한 특징의 배후에는 무엇보다도 밴드의 리더 신해철의 이력이 존재한다 . 그는 가장 공식적이고 모범적인 방식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즉 ‘대 학가요제’라는 공간이 그를 대중과 대면시킨 것이다. 여전히 넥스트의 피날레곡이기도 한 당시의 대상 수상곡인 <그대에게>라는 노래를 들어보 라. 변화가 심하지 않은 순진한 비트에 얹어진, “무슨 일이 있어도, 세 상이 끝나도 당신을 따라가겠다”는 결백한 가사의 노래다. 그 노래가 넥 스트의 한 음악적인 뿌리이다. 이 노래는 물론 넥스트의 노래가 아니라 신해철이 무한궤도라는 캠퍼스 밴드를 하던 시절 만든 노래이고, 따라서 이 노래로 넥스트의 좀더 발전된 음악성을 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 다. 하지만 많은 음악적 발전 속에서도 신해철이 만드는 노래의 멜로디가 지금까지도 정직한 화음 전개 위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대에 게>의 그 솔직한 면모와 맥을 같이한다. 그 건강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70년대 캠퍼스 공간의 통기타부대를 넘어 멀리 최희준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풍월이 그것이다. 그래서 넥스트의 음악은 한편으로 충실한 가요다. 넥스트가 자신들의 노래에 탁월한 방식 으로 담아낸 문명비판적인 메시지들도 사실은 그들의 이러한 건강성에서 출발한다. 자칫 암울한 분위기로 흐를 수도 있는 그러한 주제들이지만, 신해철 특유의 화려한 원색들이 거기에 밝은 색조를 부여한다.
넥스트는 1집에서 다소 난삽하게 표현 대상들을 물색했고 2집
그들이 ‘광장-시장’에서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차적으로 그 음악적
스타일 덕분이다. 그러나 록이 어떻게 그 ‘광장-시장’판에서 생존하는
지를 보여줬다는 점이 넥스트에는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신해철은 어떻
게 보면 불굴의 사나이다. 최소한 그는 자기 생각을 놓지 않는다. 그걸
가지고 살아간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미 오래 전에 ‘광장-시장’을 홀
연히 빠져나갔고, 이른바 정통 록밴드인 시나위가 거기 조금은 다른 방식
으로 진입했지만 왠지 활동이 지지부진하다. 지금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넥스트를 욕하던 사람들도 ‘해체되서 속 시원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태다. 그들 역시 우선은 넥스트가 빠진 뒤 드러난 공백상
태를 응시하느라 아무 말이 없다. 달리 말하면 공백상태가 존재한다는 사
실 속에서 역으로 넥스트라는 존재의 무게감을 실감하고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