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영화

지 아이 제인

G.I.란 Government Issue를 줄인 말이다. ‘정부발행’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 이 말은, 미국에서 직업군인이란 의미로 통용된다. 굳이 번역하자면 , 군인(Soldier)보다는 군바리에 가깝다. 또 제인(Jane)은 일반여자를 뜻 하는 속어다. 우리나라 순이처럼. 이제 <지 아이 제인>이란 제목만 봐도, 영화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금녀의 집’인 군대에 여성이 들어가 남 성 못지 않게 활약하는 것. 특히 감독이 리들리 스콧이라면. 우주괴물과 싸우는 여성전사를 그린 <에일리언>, 탁월한 페미니즘 영화 <델마와 루이 스>를 기억한다면 말이다. 리들리 스콧은 <지 아이 제인>을 통해 완벽한 여성상을 만들어 냈다. 명철한 두뇌를 겸비하면서도, 남성에 뒤지지 않는 체력을 가진 조단 오닐. 데미 무어가 맡은 이 역할은 남성을 파괴하는 급 진적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여성 차별을 인식하고, 안주하는 고전적 여성 상도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 잠재력을 발휘하는 슈퍼 우먼이다. 따라서 <델마와 루이스>처럼 권위적인 남성을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동지로서 연대감을 강조한다. 리들리 스콧의 페미니즘이 진일보한 것이다. 특히 ‘여성은 힘든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이율배반적으로 주장 하는 드헤이븐 장관의 설정은 여권운동의 핵심을 잘 꼬집고 있다. 사실 여성운동의 주적(主敵)은 잘못된 허위의식을 갖는 여성에게도 있다. 어쨌 든 리들리 스콧은 미완의 혁명이었던 <델마와 루이스>를 벗어나 해피엔딩 으로 결론을 맺는다. 조단 오닐이 특수부대 네이비 실을 졸업하게 되는 것. 이 과정에서 여성을 얕잡아봤던 교관과 화해한다. 교관이 오닐의 능 력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갈등은 처음부터 없었다. 있었다면 여 성을 폄하했던 남성의 의식에 있을 뿐이다. 적어도 리들리 스콧에게 의리 나 동료애는 이제 더이상 남성전유물이 아니다. 만약 데미 무어의 활약을 단지 눈요깃감으로 생각하는 남성이 있다면, 자신의 깊은 편견을 검토해 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 아이 제인>은 상업용 액션영화다. <화이트스콜>의 참패를 만회하려는 감독의 안간힘이 눈에 띈다. 특전단 훈련을 위주로 한 액션요 소들이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왠지 오버액션이 눈에 거슬린다. 특히 진 지하던 영화 후반 갑작스런 실전장면을 삽입한 것은, 사족처럼 느껴진다. 흥행과 작품성에 양다리 걸치는 전력이 뚜렷한 리들리 스콧의 편력이 여 전하다. <델마와 루이스>가 작품성에 더 비중을 뒀다면, 상대적으로 <지 아이 제인>은 상업성에 치우치고 있다. 조금은 바랜 리들리 스콧의 색깔 이 아쉬운 영화이다.

김의수/ 영화평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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