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삶

부담없는 비용으로 눈부신 설원 누비는 겨울여행

(사진/스키장에 돈 뿌리러 간다구요? 시즌 전에 리프트권을 구입하면 저렴하게 이용한다.)

눈부신 설원을 내달리는 짜릿한 상쾌함. 겨울 레저스포츠의 꽃인 스키가 선사하는 기쁨이다. 하얀 눈보라를 일으키며 가파른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리다보면 도심에서 묻혀온 스트레스가 저만치 날아가게 마련이다. 그 스키의 계절이 돌아왔다. 11월22일 용평리조트를 비롯한 강원도 지역의 스키장들이 잇달아 문을 열 예정이어서 스키어들의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하고 있다.


새로운 시설 갖춰 스키어 유혹

올해는 스키장들마다 시설을 새로이 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준비하고 있다 . 슬로프 18면과 리프트 20기를 갖춘 용평리조트의 경우 발왕산 정상에서 시작하는 레인보 슬로프 3면(높이 1천6백30∼1천5백20m)을 새로 선보인다 . 만만한 기존 슬로프에 아쉬움을 품었던 최상급 스키어라면 짜릿한 기쁨 을 만끽할 수 있을 법하다. 보광 휘닉스파크도 굴곡이 심하고 폭이 좁았 던 중급용 코스를 직선형으로 바꿔 실력있는 스키어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양지 파인리조트는 상급자 코스인 챌린지 슬로프에 조명을 설치해 야간스키의 황홀함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포천 베어스타운은 4인 승 리프트가 설치된 너비 30∼40m, 길이 400m 리프트 썰매장과 길이 150m 눈썰매장을 새롭게 갖춰 스키를 타지 않는 이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

스키장을 찾는 즐거움은 스키를 타는 데만 있지 않다. 주변에 숨어 있는 관광지까지 고려해 일정을 짜면 가족끼리 오붓한 한때를 지낼 수 있다. 베어스타운은 근방에 유황온천과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스키를 지치고 온 천에 몸을 담그는 일정이 가능하다. 진부령 고원분지에 있는 알프스리조 트는 설악산 백담사가 가까워 눈덮인 설악의 장관을 구경하는 기쁨을 덤 으로 얻을 수 있다. 주변에 월악산과 수안보온천, 충주호를 끼고 있는 사 조마을이나, 용문사와 마곡유원지를 거느리고 있는 대명 홍천리조트도 스 키장을 찾는 즐거움을 곱절로 안겨준다.

그러나 계속되는 불황의 여파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 스키어의 마음 이 예전처럼 홀가분할 것같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궁리를 해보면 적은 비용으로 알뜰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자동차 없이 는 스키장에 못가고, 스키장비 없이는 명함도 못내미는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비싼 콘도미니엄에 묵기보다는 조금은 불편해도 인근 민박집을 찾고 도시락을 싸가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실제 최근에는 스키장 구내 식당 대신 주변 식당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매년 스키 장비를 신제품으로 바꾸거나 스키장을 찾기 위해 자동차까지 눈길에 강한 걸로 교체하던 스키 마니아들도 올해는 스키를 손질하고 자동차도 스노타 이어로만 바꾸는 데 만족하고 있다. 스키가 그만큼 대중적인 레저스포츠 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절약형 스키가 호화 스키여행 보다 분명 매력적이지 않은가?


주머니 가벼워도 즐길 방법은 많다

(사진/스키장에서 눈썰매로 알뜰 스키여행 즐기고 있다. )

초보자라면 이런 알뜰 스키가 더욱 바람직하다. 우선 스키장비를 한대 정 도 구입하는 게 좋다. 스키장비는 눈에 닿는 플레이트, 발에 신는 부츠, 그리고 부츠와 플레이트를 연결하는 바인딩에다 손에 쥐는 폴 등 네 부분 으로 나뉜다. 값비싼 신제품 장비가 아니라 싸게 파는 이월상품 정도면 충분하다. 이월상품의 경우 잘만 고르면 본값의 70∼8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이 장비면 한 2∼3년 정도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 하다 싫증이 나면 주변에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싸게 넘기면 된다. 스키장비를 취급하는 곳은 전문점과 대형 양판점으로 크게 나뉜다. 전문 점은 초보자들이 자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격이 양판점에 비해 비싸다. 천리안 ‘즐거운 레저여행(go joyle)’ 등 각 피 시통신망에는 상세한 스키전문점 정보가 올라와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또 스키장에 자주 갈 자신이 없다면 장비를 빌려서 타는 것도 경제적이다 . 지난 시즌의 경우 스키전문점에서 장비를 빌릴 경우 하루 1만5천∼2만5 천원 정도였다.

스키장비 가운데 가장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것은 부츠다. 발이 직접 닿 기 때문에 발이 아프거나 한다면 스키를 타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 러나 발이 불편할까봐 여유있는 것을 고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므로 발 에 딱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스키장에 갈 때는 자동차가 있는 사람을 한 사람 주변에 만들어 놓는 것 이 좋다. 스키장비 부피도 고려해서 운전자를 포함해 약 2∼3명 정도로 팀을 이룬다면 적당할 것이다. 기름값도 분담해서 내면 스키장까지 갈 때 교통비가 상당 부분 절약될 것이다.

숙박은 가능한 한 하루코스로 계획을 짜고 돌아오는 것으로 한다. 리조트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숙박 예약이 그다지 어렵지 않겠지만, 사람이 붐비는 주말이나 방학기간엔 웬만한 능력이 아니면 방 잡는 것이 어려우니 포기하고 아예 민박을 하는 것이 좋다. 스키장 주변의 민박은 3 ∼4인용이 하룻밤에 대략 3만∼5만원 선이다. 주인에게 밥까지 해달라고 하면 한끼에 약 5천원 정도면 넉넉하고 푸짐한 시골밥상을 차려주니 특별 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여럿이 떠나 하루 즐기는 값싼 체험도

일본에선 최근 이런 알뜰 스키여행족들이 등장하고 있다. 2∼3명이 팀을 이뤄 번갈아 가며 자동차를 몰고 스키장까지 간 뒤 자동차 안에서나 스키 장 화장실에서 스키복으로 갈아 입은 다음 새벽부터 하루종일 스키를 즐 기고 오후엔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식사도 차 안에서 해 결한다. 이 방법은 특히 연인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가 리프트권이다. 스키를 본격적으로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시즌 전에 판매하는 시즌 패스를 사두는 것이 현 명하다. 1일 주간권 리프트값이 4만원선인데 비해, 시즌 패스는 약 50만 ∼60만원 선이다. 15일치로 시즌 내내 즐길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 시즌 패스는 한정판매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충동구매 등 불필요한 쇼핑은 삼가고 여름 동안 아주 적은 돈을 조금씩만 저축해 둔다면 큰 부담없이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자! 이제 움츠리지 말 고 과감하게 스키장으로 떠나보자.

안혜영/ 월간 THINGS 편집장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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