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산신령님! 효험이 있네요

(사진/조순 총재의 선택이 민주계의 탈당을 막으면서 이회창 후보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가 선거 한달을 앞두고 ‘기사회생’하면서 대선판 도를 흔들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11월17일 일제히 보도된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이인제 후보와 박빙의 차이로 2, 3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개사 가 운데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등 3개사의 조사에서는 1∼3% 격차 로 이회창 후보가 이인제 후보에게 여전히 뒤졌지만, <한겨레>와 <조선일 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4개사의 조사에서는 반대로 이회창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1∼3%차로 추월했다.


필승대회로 부산·경남 1위 탈환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기는 하지만, 공통된 특징은 이회창 후보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여론조사팀장 원성연)의 경우 이회창 후보는 10월25일 조사때만 해도 10.6%로 최악의 바닥세에 머물렀 으나, 11월9일 21.0%, 11월17일 26.5%로 수직 상승을 기록했다. 불과 20 여일 만에 무려 16%가 상승한 것이다. 다른 조사기관의 조사도 마찬가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한국갤럽의 11월4일 조사에서 15.5 %를 기록한 뒤, 11월8일에는 21.4%, 다시 11월17일에는 24.4%로 상승했다 . 반면에 이인제 후보의 경우 9월 중순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 를 기록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한겨레>의 11월9일자 조사 때 28.1%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17일에는 23.2%로 약 5%가 떨어졌다. 이러한 추세라 면 후보 등록일인 11월26일 이전에 이회창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완전히 따돌리고 2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회창 후보 지지율 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회창 후보가 여권의 전통 적인 표밭인 영남권의 표를 모으고 있는 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은 10월 말 김 대통령과의 결별 노선을 걸은 뒤 이회창 후보의 정치적 ‘근거지’(11월19일 <한겨레> 조사 50.0%)가 됐다. 부산·경남에 서는 아직 이인제 후보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회창 후보가 뒤를 바싹 추격하고 있다. 부산·경남에서 이회창 후보는 지난번 25.1%에서 32 .2%로 지지도가 상승한 반면에 이인제 후보는 40.0%에서 35.6%로 낮아졌 다. 최근 부산·경남의 민주계 의원들이 전원 신한국당 잔류를 택함으로 써 이회창 후보의 이 지역 공략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 보쪽은 18일 경남지역 필승대회와 22일 부산지역 필승대회가 부산·경남 에서 1위를 차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쪽은 여론조사 공표 제한일인 후보 등록일 이전에 확실한 2위 굳히기를 매듭짓는다는 방침 아래 몸집 불리기와 조직 가동에 박차를 가 하고 있다. 몸집 불리기는 지지율에 정비례하고 있다. 11월21일 신한국당 과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한나라당’이 새로 출발하는 것을 계기로 재야 법조계에서 명망이 높은 홍성우 변호사와 제정구 김홍신 의원과 이철 전 의원 등이 새 당에 가담한다.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와 이충환 전 신민당 총재권한대행, 원장길 제헌의원회장 등 전직 의원 1백50여명도 17일 모임 을 열어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연대’를 만들어 당내 ‘반 이회창’ 활동을 했던 민주계 의원들도 17일 △통합신당의 정체성 회복 △계파를 초월한 균형적인 당 운영 등을 조건으로 이회창 후보 지지 의사 를 표명했다.


이인제 후보 사퇴론도 고개

또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이 11월14일 “이인제 후보도 3김 청산의 역사 적인 과업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사실상 이인제 후보의 사퇴를 촉구 한 이후 이인제 후보 사퇴론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이회창 총재의 후보직 사퇴론과 집단탈당 움직임 등 불과 2주 전의 신한국당 내 분위기 와 비교할 때 금석지감이 들 정도다.

이회창 후보의 이러한 상승세의 결정적인 계기가 조순 민주당 총재와의 연대라는 데 정치권의 견해가 일치된다. 조순 총재의 지지율이 비록 5%에 머물렀지만, 그가 여권성향의 두 이 후보의 경쟁에서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 의 한 측근 의원은 “조 총재가 여권의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 툼을 벌인 두 이 후보 가운데 이회창 후보를 파트너로 정함으로써 경선에 불복한 이인제 후보의 명분없음이 더욱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탈당을 꿈꾸던 민주계 의원들을 잡아두는 효과도 얻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회창 후보가 김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반YS 정서’가 강한 TK인기를 얻은 반면, 국민신당에 대한 김 대통령의 지원설 등으로 이인제 후보가 상당한 타격을 입은 점도 두 후보의 지지율 변화에 중요한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회창 후보쪽은 2위로 올라간 것을 계기로 앞으로 선거전을 김대중 후보 와의 양자 대결 구도로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윤원중 총재비서실부실장 은 “2위 자리가 중요한 것은 여권의 대표주자가 된다는 점”이라며 “병 역문제 등으로 그동안 마음을 못잡고 헤매던 여권표들이 이회창 후보쪽으 로 급속하게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의 한 핵심관계자도 “ 이인제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 40% 정도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각종 여 론조사에서 나타난 데서 알 수 있듯 두 이 후보의 지지층은 서로 호환성 이 높다”며 “최종적으로 될 사람에게 밀어줄 가능성이 높아 이런 추세 라면 이인제 후보의 지지표가 이회창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민신당 국민회의 합동공격 방어가 문제

현재 1위인 김대중 후보와 2위간에 7, 8% 정도의 격차가 있지만, 이 경우 사실상의 양자 구도로 가게 돼 여권표 결집을 바탕으로 막판 뒤집기도 가 능하다는 게 이회창 후보쪽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의 상승에 따른 역풍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인제 후 보의 국민신당이 당의 사활을 걸고 이회창 후보 거꾸러뜨리기에 착수했다 . 국민신당은 병역문제 등 이회창 파일을 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이 후보가 여권표를 나눠갖는 ‘황금분할’ 구도를 원하는 국민회 의도 이회창 후보에게 다시 공격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양당의 합동공격을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이회창 후보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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