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덕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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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의 박찬종 고문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장남 김홍일 의원, 소 속당이나 개인적인 연고도 별로 없는 두사람이 11월14일 밤 남몰래 만났 다. 김 의원이 박 고문의 거처인 돈암장을 찾아가 이뤄진 이날 만남은 비 밀회동이라는 형식만큼이나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박 고문은 “김 의원이 김대중 총재를 도와달라고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김대중 총재의 밀지를 들고 자신을 찾아온 듯한 인상을 풍긴 것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내가 국 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잘 아는 박 고문이 돈암장으로 이사한 지도 오래돼 그냥 인사차 들렀다”며 “깊은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회의쪽이 취약지인 영남권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의원이 박 고문의 ‘협력’ 여부를 타진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박 고문의 측근인 서울대 이아무개 교수가 14일 오전 ‘박 고문이 비밀리에 둘이만 만났으면 한다. 집이 조용하니 돈암장으로 와 줄 수 있느냐’고 제의해와 찾아갔다”며 “그런데 막상 찾아갔더니 모 신문사의 기자가 사진기자까지 대동하고 기다리고 있어 무척 불쾌했다 ”고 말했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신한국당 선대위원장직을 내놓고 신 한국당 잔류와 국민신당행, 독자출마 등 정치적 선택을 놓고 고심하는 박 고문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교묘하게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우리를 이용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박 고문쪽을 의심했다. 이에 대해 박 고문쪽은 “14일 오후 김 의원쪽에서 만나자는 제의가 있어 이를 수용한 것뿐”이라면서 “기자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그쪽에서 미리 연락을 취한 것 아니겠느냐”고 상대쪽에게 화살을 돌렸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