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이회창 잡아야 산다

(사진/이인제 후보쪽이 지지율 만회를 위해 `병역시비와 관련된 각종 의혹'과 또다른 `이회창 파일'을 공개할 것이라는 얘기가 국민신당 주변에 나돌고 있다.)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위기에 직면했다. 한가위 연휴 직전인 9월13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 던 지지율이 11월 들어 주춤하는가 했더니 최근에는 급기야 하락세로 돌 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지층의 ‘견고성’에서도 초기와 달리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조사에서 지지자 가운데 ‘반드시 투 표하겠다’는 사람이 김대중 후보(58.2%)와 이회창 후보(49.1%)에 비해 이인제 후보는 37.9%로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됐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는 이인제 후보의 지지자 가운데 38.8%가 ‘아직 불확실하다’고 응답해 변심 소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YS, 이인제 후보 사퇴 고려” 소문

국민신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독자출마 선언 이후 이 후보가 최대의 위 기를 맞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후보 등록일 이전에 2위 자리를 확실 하게 만회하지 못하면 대선 이후 국민신당의 존립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민신당이 최근 상황을 ‘위기’로 여기 고 있는 것은 2, 3위의 자리바꿈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 때문 이다. 이 후보가 2위를 차지해야만, 경선불복의 원죄에도 나름의 출마명 분을 가질 수 있지만 일단 3위로 떨어지는 순간 모든 명분을 잃어버릴 우 려가 큰 것이다. 이 후보는 신한국당 탈당과 독자출마를 선언할 때 ‘이 회창 후보보다 국민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따라서 3위 추락은 곧바로 여권 내부에서 이인제 후보에 대한 사퇴압력이 가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김덕룡 의원이 사퇴론의 물꼬를 텄다. 민주계의 한 초선의원은 “지지율이 이회창 후보보다 내려간 것이 분명해 지면 지지율을 이유로 탈당한 이인제 후보가 사퇴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인제 후보는 갈수록 사퇴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통령이 막판에 이인제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유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 것은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여권 내부의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신당은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 상승은 이-조 연합에 따른 일시 적인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이인제 후보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흑색 선전으로 국민들이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은 결과”라면서 “이같은 의심 이 걷히면 지지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진 사무총장도 “‘청와대 신당 지원설’ 등으로 일시적으로 이인제 후보의 인기가 주춤 하고 있으나 곧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신당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여권 내부의 이인제 후보 사퇴론 등 에 대해 ‘결사항전’의 자세를 굳히고 있다. 후보 사퇴론에 대해 이창우 부대변인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았던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가 우리 당 에 대한 악랄한 음해와 원칙없는 이-조 야합으로 지지율 상승이라는 일시 적 현상에 흥분해 우리 당 후보에 대해 사퇴운운하는 것은 몰상식의 극치 ”라고 반박했다. 국민신당의 한 핵심인사도 “장렬하게 전사하더라도 끝 까지 갈 수밖에 없다”면서 사퇴론을 일축했다.

이인제 후보쪽은 후보등록일 이전까지 2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일단 이회창 후보 끌어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인 제 후보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포문을 연 것은 국민신당의 이러한 전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학원 대변인은 11월17일 당직자회의 를 마친 뒤 “병역시비에 대한 내막이 드러나면 여론 지지율이 반전될 것 ”이라며 “병역시비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현재 확인중에 있다”고 병역시비 재론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다른 ‘이회창 파일’을 공개할 것 이라는 얘기도 국민신당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조직 정비, 외부인사 영입에 총력

국민신당은 이와 함께 조직 정비와 외부인사 영입이 2위 싸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해 국민신당은 오는 21일 서울 필승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부산·울산(22일 ), 대전·충남북·경남(23일), 인천·강원(24일), 경기(25일) 순으로 지 역별 필승결의대회를 열어 전국적인 바람몰이를 시도할 계획이다.

또 이부영 의원 등 민주당의 통합반대파의 영입을 계기로 거물급 인사를 모셔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인제 후보가 최근 거푸 박찬종 신한국당 고문의 자택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의 성공 여부도 이 후보의 ‘지지율 2위 유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으니 이 후보 의 마음이 급하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7일 제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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