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동포도 돕고 이미지도 살리고

(사진/북한동포들에게 보낼 옷을 모으는 사랑의 옷보내기운동. 의류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컨테이너 11대 분량이 옷을 북한에 보냈다.)

북한동포돕기를 통한 ‘꿩 먹고 알 먹는’ 기업홍보전략이 늘고 있다. 현 재 국제단체와의 연대(데이콤), 현물 기증(이랜드·제일모직 등) 등 다양 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북한사랑’이 동포돕기는 물론 기 업홍보 및 제품판매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판단 탓이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캠페인 동기에 대해 “식량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동포를 돕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각 기업들은 이런 캠 페인이 상품 판매는 물론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는 것으 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상표’가 북한에 미리 알 려짐에 따라 ‘통일 이후’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선명회 002와 손잡고 10억원 기금 목표

이중에서도 지난 10월24일 데이콤과 한국선명회(월드비전 코리아)가 시작 한 ‘사랑의 터치 캠페인’은 규모가 가장 큰 사업 중 하나다. 캠페인의 개요는 데이콤이 ‘사랑의 캠페인’을 통해 자사의 시외전화를 이용하는 사람 1인당 3천원씩을 선명회에 기금으로 내놓는다는 것이다. 선명회쪽은 또 이들 사용자의 월이용액 중 5%를 추가로 데이콤에서 받게 된다. 데이 콤은 이와 함께 이 캠페인을 통해 데이콤 국제전화(002)를 이용할 경우 이용액의 4∼8%를 기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선명회쪽은 전국적인 자체 조직을 동원해 10만명 이상을 이 캠페인에 동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 경우 98년의 기금만 약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 캠페인이 북한어린이돕기와 기업 수익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 다. 이 관계자는 우선 “지난 11월1일부터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시행되 고 또 10월1일부터는 온세통신이 국제전화사업에 뛰어드는 등 전화사업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화시장의 변화를 설명한다. 그는 이 어 “이런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게 기업이미지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한 다. 국제전화의 경우 001·002·008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는 가격보다는 좋은 이미지가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따 라서 “국제전화 002를 이용하면 추가 부담없이 북한동포를 도울 수 있다 는 점에서 이용자들이 다른 번호보다 002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 했다.

북한돕기가 상품판매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지난 6월20일∼8월19일 에 실시한 조선맥주의 ‘하이트맥주 북한돕기 캠페인’ 결과가 잘 설명해 준다. 당시 조선맥주는 1병에 1원씩 통일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의 이 캠페 인에서 총 2억4천만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조선맥주의 한 관계자는 캠페인 결과에 대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한다. 목표치 2억4천만원도 그간의 판매동향에 캠페인을 통한 매출증대 등을 고려한 것 인데, 결과는 ‘목표 초과’였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언론뿐만 아니 라 일본의 지역텔레비전에서도 ‘하이트 캠페인’을 취재해갈 정도였다” 면서 “기업이미지 향상 효과도 예상보다 컸다”고 밝혔다.


통일이후 대비 상표등록 마치기도

지난 10월22일, 11월2일 두차례에 걸쳐 총 11개 컨테이너분 옷을 북한에 보낸 ‘북한동포 사랑의 옷보내기 운동본부’(본부장 두상달)에 참여한 기업들의 경우는 ‘홍보’보다는 ‘원조’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에도 ‘부수적 효과’가 따르기는 마찬가지다. ‘운동 본부’에 따르면, 현재 옷보내기에 동참한 기업들은 제일모직 아이비클럽 (3만5천점), 에스에스패션(3만점), 이랜드(1만점), 금강제화(구두 5천점) 등이다. 이들이 내놓고 있는 것은 재고물품이거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 집한 것들이다. 따라서 그다지 큰 비용이 들지도 않고, 기업이미지 개선 이 주목적도 아니다. 그러나 이 운동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모아 진 옷이 북한에 들어가면 북한 사람들이 우리 상표에 친숙하게 될 수 있 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통일 이후 북한이라는 시장에 접근하는 데 큰 장점이 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물론 그것을 목적으로 옷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고 재삼 강조했다. 단지 이것 은 ‘부수적 효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캠페인을 실행에 옮긴 기업들 이외에 이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도 다수 있어 앞으로 이런 형식의 기업캠페인이 좀더 늘 것으로 보인다. 대 표적인 곳이 해태다. 해태는 지난 96년 북한에 ‘해태’라는 상표 등록을 마친 상태다. 현재 북한에 상표 등록을 마친 곳은 해태 이외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있으며, 농심도 ‘신라면’ 등의 상표 등록을 추진중이다. 해태제과의 한 고위간부는 “상표등록 뒤 북한동포돕기를 포함한 다양한 캠페인안을 마련했으나 자금사정으로 시행하지는 못했다”면서 “자금 사 정이 어느 정도 나아지면 시행문제를 다시 고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의 ‘북한 사랑’과 달리 북한동포 캠페인을 ‘전략적 ’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북한돕기단체 관계 자는 어떤 콘돔자판기업체의 끈질긴 교섭을 예로 든다. 이 콘돔회사는 자 신들도 일정 부분을 북한돕기에 낼 테니 ‘후원자’라는 이름을 쓸 수 있 도록 해달라고 여러 차례 제의해왔다는 것이다. 이 단체에서는 제안을 “ 국민 정서나 목적의 순수성 차원에서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 중히 거절했다. 또 있다. 백화점에서 ‘쓰레기성’ 재고품의 정리방법으 로 북한동포돕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쓰레기 수준의 상품 보내온 얌체도

최근 서울의 한 백화점은 보상판매를 한 뒤 남은 헌 신발을 또다른 북한 돕기 민간단체에 기증했다. 그런데 물건을 받고 보니 짝이 안 맞는 신발 투성이여서 “정리하고 처리하는 비용이 더 들 정도”였다는 게 이 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북한동포돕기라는 명분으로 ‘쓰레기’를 처리한 셈 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도 ‘북한 돕기’의 ‘상품가치’가 높기 때문에 나타 난 문제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0일 제 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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