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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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우승하고 환호하는 나이지리아. 화려한 개인기가 팀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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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팀이 이번 프랑스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의 개인기와 조직력, 축구감각, 유럽 프로리그에서의 풍부한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 색이 없다.”
독일 축구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베켄바우어는 최근 프랑스의 축구전문 지 <프랑스 풋볼>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아프리카의 돌풍을 예언했다. 세계 축구계를 양분해온 유럽과 남미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찬사인 셈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찬사 역시 ‘전혀 놀랄 일 ’이 아니다. 아프리카 축구는 지난해 나이지리아가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이미 세계정상급 실력을 뽐냈다. 유럽과 남미에 이 어 아프리카가 새로운 축구대륙으로 떠올랐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 다.
5개팀 출전, 나이지리아는 미래 우승후보
아프리카는 이번 프랑스월드컵에 다섯개의 팀을 내보낸다. 그 면면이 화 려하다. 94년 미국월드컵에서 9위를 차지하고 2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 한 나이지리아가 선봉장이다. 여기에 월드컵 3연속 진출(82년까지 합치면 4회)의 카메룬과, 4회째 본선 진출권을 따낸 모로코의 위풍이 당당하다. 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13위) 이후 20년만에 월드컵 무대에 서는 튀니지 와, 92년 국제무대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남아프 리카공화국도 기세도 하늘을 찌른다.
나이지리아는 단연 아프리카 최강팀으로 꼽힌다. 지난 94년 유럽선수권, 남미의 코파아메리카대회와 함께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아프리카 선수권대회에서 무패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나이지리아는 그 여세를 몰아 미국월드컵에서 ‘검은 돌풍’을 일으켰다. 동유럽의 강호 불가리아 를 3-0으로 완파한 것을 비롯해, 남미의 명문 아르헨티나(1-2)와 유럽의 강자 이탈리아(1-2)를 위협하는 공격을 퍼부었다. 축구전문가들은 당시 고무공 같은 탄력과 기관차 같은 체력, 번개 같은 스피드, 화려한 개인기 로 무장한 나이지리아를 미래의 우승후보로 올려놓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
그로부터 2년 뒤, 나이지리아는 마침내 그 예언을 현실화했다. 96년 애틀 랜타올림픽에서 아프리카팀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조 예선에서 세계 랭킹 1위인 브라질에 0-1로 졌을 뿐, 헝가리(1-0)와 일 본(2-0), 멕시코(2-0)를 차례로 꺾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준결승에서 다시 맞닥뜨린 브라질에 4-3으로 역전승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전반전에 1-3으로 뒤지던 경기를 후반전에 3-3으로 만들고 연장전에서 4-3으로 뒤 집은 명승부였다. 나이지리아는 대망의 결승전에서도 무패로 올라온 아르 헨티나에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종료 1분 전 터진 황금의 역전골이었다.
검은돌풍 원조 카메룬 사냥채비 끝내
카메룬은 아프리카 축구의 전통적인 강호다. 사실 ‘검은 돌풍’은 카메 룬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82년 스페인월드컵과 90년 이탈 리아월드컵, 94년 미국월드컵에 이어 네번째 본선 진출권을 따낸 카메룬 은 월드컵 기록만으로는 아프리카 최고다. 카메룬은 스페인월드컵에서 당 시 우승팀인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기는 등 3전3무의 성적으로 아프리카 축구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어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 루마 니아, 콜롬비아를 잇따라 격파하고 8강에 진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 다. 당시 세계 축구계는 카메룬에 ‘검은 사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아 프리카의 월드컵 출전티켓이 당시 3장으로 늘어난 것도 이들 ‘검은 사자 ’의 덕이었다.
그러나 카메룬은 미국월드컵에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럽 프로리그에서 뛰는 노장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팀을 젊은 선수들로 교체한 후유증이었다 . 스웨덴, 브라질, 러시아에 완패하며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특 히 러시아에 1-6으로 대패한 날은 카메룬 국민들에게 ‘치욕의 날’로 새 겨졌다. 결국 카메룬은 다시 팀을 대폭 수술했고, 96년 아프리카선수권대 회에서 비록 1차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장래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축구를 구사하며 앙골라, 짐바브웨 , 토고를 물리치고 4승2무라는 화려한 성적으로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검은 사자’는 이제 프랑스 초원의 먹잇감을 노리며 발톱을 다듬고 있 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검은 돌풍’의 주역이 될 능력이 충분하다. 오랜 인종차별정책으로 국제무대 밖에서 서성이다 92년 복귀한 남아프리카공화 국은, 나이지리아 같은 폭발력이나 카메룬 같은 아기자기함은 없지만 실 속있는 축구를 구사한다. 예선에서 콩고, 잠비아, 자이르를 상대로 4승1 무1패를 기록했다. 밀도높은 짜임새를 갖춘 미드필드진과 탄탄한 수비가 강점이다. 96년 아프리카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낸 선수들을 주축으 로 몇몇 신인들이 가세해 노련미와 패기를 갖췄다는 평가다.
튀지니는 이번 프랑스월드컵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78년 아르헨티나월 드컵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튀지니는 70년대 말 아프리카 축구를 이끈 선두주자였다. 아르헨티나대회에서는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 를 3-1로 꺾고 아프리카팀으로선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리를 안았다. 80 년대 들어 카메룬, 알제리, 모로코 등에 선두자리를 내주고 주춤했으나, 96년 아프리카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예선에서도 북아프리카의 맹주 이집트와, 유럽 프로무대에 서 활약중인 조지 웨아가 버틴 라이베리아, 신흥 강호로 떠오르는 나미비 아 등을 5승1무의 성적으로 물리치고 본선행 티켓을 끊었다.
가나 꺽은 모로코는 새끼사자
74년과 86년, 94년에 이어 네번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아프리카의 모 로코도 돌풍의 씨앗을 안고 있다. 86년 멕시코월드컵 F조에서 1위로 16강 에 진출했던 모로코는 이후 아프리카 축구의 자존심으로서 면모를 유지해 왔다. 이번 예선에서는 ‘스타의 산실’이라는 가나와 같은 조에 들어 예 선통과가 비관적이라는 평이 있었으나, 이를 보란 듯이 물리쳤다. 특히 모로코는 유럽이나 남미 못지않은 좋은 축구환경을 갖추고 있다. 전국적 으로 축구전용구장이 10여곳에 이르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넉넉하다. 모 로코는 프랑스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이를 토대로 2010년에 열리는 아프리카대륙 최초의 월드컵 개최까지 넘보고 있다.
유강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0일 제 18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