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이주의 독자

전남 여천 부영여고 교사 김남철씨

“좁은 땅덩어리에서 왜 이리 갈라지는 것일까. 개인의 ‘연대’와 사회 의 ‘공생’을 함께 추구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전남 여천의 부영여 고 교사 김남철(34)씨는 요즘 스스로 던진 그런 질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 다.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붕괴되고, 세대간의 단절은 확산일로에 있기 때 문이다. 이러다가 사회가 완전히 해체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한 것 이다. 그렇다고 자유를 법으로 규제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더불어 사는 연대를 확인하며 살아가고픈 오랜 소망, 그것을 경험하는 게 그의 기쁨이 다.

“저의 삶 일부분은 <한겨레21>을 읽는 것입니다. 창간호가 나오기 전, 창간을 알리는 리플렛을 받아볼 때부터 그랬습니다. <한겨레21>에 대한 애정과 연대가 하늘만큼 높고 바다만큼 넓다보니 가끔 가다 열(?)받을 때 가 있습니다.” <한겨레21>이 사회적 연대를 깨뜨리는 사건에 침묵한다고 느껴지면 그는 여지없이 열을 받는다. 요즘은 대통령 선거관련 기사에 불 만이 많다. 정권교체·세대교체·3김청산 등 상징적 구호만 전달할 뿐, 옥석을 가려낼 정책의 차별성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책으로 승부하는 후보들을 선별해서 보여줘야 합니다. 그랬을 때 현 대사의 질곡과 부정의 사슬을 걷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을 <한겨레21>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10년째 교단을 지켜오고 있다. 역사를 가르치면서 자괴심에 빠질 때 가 한두번이 아니다. 군사독재의 상징인 박정희가 민족의 영웅으로 부활 하는 등의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은 체 념하고 주저앉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는 더불어 사 는 세상에서 학생들을 이해하고 참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버틴 다. “교사로서 설득력이 없을 때가 있어요.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희망 을 주지 못하면 교단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가르치기 위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가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

‘아는 만큼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는 학교 안팎에서 열심히 활 동한다. 학교에서는 풍물 동아리를 만들어 우리것의 소중함을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전교조의 합법화를 위한 모임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바 로 그게 좋은 세상, 참교육의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제자들에게 부담없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졸업하고도 연락하는 제자들 이 많아요. 만나면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며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진 보’에 대한 열망이 머릿속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손과 발로 움직이 기를 당부하곤 합니다.”

변함없는 <한겨레21>과의 연대, 그는 거기에서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사라져야 할 부패의 현장에서 분노를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한겨레21>을 읽을 때에는 좀더 나 은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겨레21>과 저의 연대는 야합이 아 닙니다. 서로에게 전망과 희망을 주는 동반자적 연대입니다.”

김수병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0일 제 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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