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권리 찾기/찾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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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처제가 어느 날 갑자기 전세금을 날리게 됐다. 집주인이 처제의 도장을 위조해 전세등기를 지우고 집을 담보로 사채를 썼다가 갚지 못해 집이 경매처분 당한 것이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처제는 집주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뒤 검찰에서 날아온 공문서 한장 이 문제였다. 공문서 마지막에 써 있는 ‘구속구공판’이라는 단어의 뜻 을 알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이른바 잘나간다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처남이나 현 재 명문대에 재학중인 처남까지도 그 뜻을 알지 못하자 내게 그 숙제가 넘겨졌다. 법대를 다녔으니 알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 역시 그 뜻을 검사에게 전화로 물어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검 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다음 법원에 공판(재판)을 청구했다는 뜻이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썬바이저에 붙이는 경고 라벨을 만들면서 동부, 서부, 중부의 세 도시를 정해 그곳에 사는 일반 소비자들로 표본을 만들어 새 라벨의 도안과 문장을 시험했다고 한다. 사용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경고 라벨를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이런 정도는 아니더라도 공문서에 사용되는 단어나 문장은 최소한 중학교 정도의 학력수준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하지 않을까? 공문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일어나는 국민들의 피해도 클 것이다. 이 제부터라도 공문서 쉽게 쓰기 운동이라도 펼쳐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이 먼저 나서자. 어려운 말을 쓰는 관청이나 정부기관에는 전화를 통해 따끔 하게 한마디 해주자.
관청은 스스로 변화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조직이다. 국민들이 따끔한 충 고를 해줘야 한다. 내가 고치지 않으면 아무도 고치지 않는다. 고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엄두가 나지 않는 게 현실이지만, 살아가면서 하나하 나 고쳐나가는 것도 사는 재미가 아닐까.
이광구/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0일 제 18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