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특집

"국민신당을 난타하라”

(사진/서석재 의원의 국민신당 입당. "YS 당" 이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지지율 2위를 탈환한다.”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쪽의 최대 목표이자 최고의 선거전략이다.

지난 10월22일 이 총재가 김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초강수를 던지 면서 홀로서기를 감행한 것도 결국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 의 일환이었다. “김 대통령에게 더이상 질질 끌려가지 않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대쪽’의 본모습을 찾겠다”는 게 당시 이 총재쪽의 설명이 었다. 이번 선거 최대의 승부처이면서 반YS 정서가 강한 대구·경북에서 의 지지도 만회를 노린 승부수였던 셈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과의 결별 선언 직후 이 총재의 지지율엔 별 변동이 없었다. 김 대통령의 정치적 기 반인 부산·경남에서 이탈표가 생기면서 전체적인 지지율은 오히려 더 떨 어지는 듯했다.


허주, 선봉장 나서다

이때 나온 것이 ‘김 대통령과 국민신당 때리기’였다. 즉, 김 대통령이 국민신당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국민신당=YS당’이라 는 이미지 고착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김 대통령의 국민신당 지원설은 이 총재를 떠받치는 주춧돌 구실을 하고 있는 김윤환 선대위원장이 선공 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월3일 “지난 1일 밤 김광일 청와대 특보 를 만났더니 김 특보가 이 후보로는 대선승리가 어렵게 됐다면서 이 후보 에게 손을 떼라고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김 위원장은 “김용태 비서실 장과 조홍래 정무수석도 같은 권유를 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 특 보나 김 실장 등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는 했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 다”고 일단 부인하면서도 “사적으로 나눈 얘기를 공개하다니…”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허주(김 위원장의 아호)만 돌아서면 후보교 체는 식은 죽 먹기”라는 민주계쪽의 일반적 시각을 감안할 때 청와대 관 계자들이 허주에게 손 떼기를 권유했을 가능성은 짙어 보인다.

어쨌든 허주의 선공으로 시작된 ‘YS의 신당지원설’은 창당자금 의혹으 로 이어졌다. “국회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 신분이 아니어서 공식후원회 가 없는 이인제 후보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창당자금을 어디서 조달했느냐 ”는 것이다. 이 공격에는 국민회의도 가담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협공으로 제기된 의혹은 △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이원종 전 정무수 석의 신당 창당자금 모금활동 △대통령 영부인 손명순 여사의 2백억원 전 달설 △강상일 전 청와대 2급 비서관의 모금설 등이다. 이 가운데 손 여 사의 2백억 전달설은 국민회의가 제기한 뒤 “확인되지 않은 제보”라면 서 곧바로 철회함으로써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 전 수석의 창당자금 모금설은 당초 국민회의가 먼저 제기했으나, 신한 국당이 다음날 좀더 구체화시켰다. 신한국당은 “이 전 수석이 모 재벌의 임원을 만나 국민신당 창당자금 지원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 전 수석 은 “말도 되지 않는 음해모략으로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부인했으나 , 신한국당은 “증인을 내세울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다.


적의 적, 국민회의는 동지?

강상일 전 청와대 비서관의 모금설은 김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상도 동 금고지기’로 소문난 홍인길 의원을 오래 따라다닌 강씨의 특이한 경 력에서 비롯됐다. 강씨는 홍 의원이 청와대 총무수석으로 재직하던 때도 홍 전 수석 아래에서 일했다. 그는 이러한 인연으로 홍 수석의 돈줄, 즉 김 대통령의 오랜 ‘돈줄’을 알게 됐으며, 이 인맥을 신당의 이 후보에 게 ‘소개’시켜주는 일을 해왔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인맥이기도 한 강씨는 올해 초 모 기업인의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 표를 제출했다.

국민신당쪽은 “전혀 근거없는 중상모략”이라고 펄쩍 뛰고 있으나, 창당 자금에 관한 의혹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다. 신당은 창당자금 의혹이 제기된 직후 “지금까지 들어간 돈은 4, 5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으나, 6일 이인제 후보는 여성신문사 주최 토론회에서 “20억원 정도가 들었다 ”고 수정했다. 신한국당이나 국민회의는 이에 대해 “여의도 3개 빌딩에 세든 신당의 건물 임대료만 해도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최소한 1백억 원 이상은 벌써 들어갔을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20억원을 둘러싼 논쟁 도 뜨겁다. 설령 20억원설을 일단 수용하더라도 돈의 출처는 오리무중이 다. ‘새 정치’ ‘깨끗한 정치’를 내세운 국민신당이 곤혹스러울 수밖 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신한국당이 국민회의와 ‘공조’하면서 터뜨린 것이 김현철 인맥의 국민신당 대거 진입 즉, ‘현철 지원설’이다. 20, 30대의 현철사 단 10여명이 신당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기획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김현호 전 비서관과 신당에 일하고 있 는 정사동, 김경철씨 등이 그들이다. 이들 외에도 청와대 무적 근무로 물 의를 빚었던 정대희씨를 비롯해 박영환 전 춘추관장, 윤아무개씨, 여론조 사 전문가인 안아무개, 김아무개씨 등도 외곽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두당 은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이와 관련해 국민신당을 ‘황태자당’이라고 비아냥댔다. 국 민신당을 YS당, 현철당으로 이미지 지워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 리려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신한국당 이 총재의 한 측근 의원은 “이인제 후보의 배후에 김 대통령이 있다는 공격이 상당히 먹혀드는 것 같다”며 “자체 조사 결과 이인제 후보의 지 지율 상승도가 꺾여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가 조순 민주당 총재와 지난 7일 전격 회동해 신한국당과 민 주당의 합당을 선언한 것은 ‘이인제 벽’을 넘기 위한 ‘포지티브 전략 ’의 한 축을 보여준다. ‘이인제 신당=YS당’이라는 네거티브 공격으로 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주당과의 합당을 통한 힘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원내 의석 과반수가 넘는 신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미니 정당인 민주당과 당 대 당 형식으로 당 총재직도 양보하는 통합을 하기로 한 것은 신한국당, 특히 이 총재가 맞닥뜨린 현실을 반영한다. 지지율은 낮지만 대국민 이미지가 좋은 조 총재와 연대할 경우 단순히 양자의 지지 율을 합친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윤원중 총재비 서실 부실장은 “이런 추세라면 며칠 내로 이인제 후보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신당 “PK 지지율 올라갔다”

국민신당은 그러나 “YS지원설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더 많다”며 걱 정할 게 없다는 태도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김 대통령의 지원설로 인 해 TK에서는 지지율이 조금 내려갔지만, 내려간 수치 이상으로 PK지역에 서는 지지율이 올라갔다”며 “이회창 후보와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김 대통령이 7일 탈당함으로써 신 한국당 민주계의 탈당도 시간문제”라며 “민주계 의원들이 국민신당에 입당할 경우 민주계 당이라는 공격이 있을 수 있지만 수권능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신당쪽은 또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에 대해서도 “3, 4위 정당의 합당이 대선구도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낙관하는 분위기 다. 이들은 이와 함께 신한국당 안에 남아서 ‘반이회창 투쟁’에 돌입하 기로 한 비주류 민주계의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한국당 내 민 주계와의 ‘먼 거리 공조’가 계속될 경우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 율 상승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국민신당은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 상승폭이 예상외로 큰 것으로 드러나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가 11월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은 호헌 세력과 내각제 세력간의 싸움”이라면서 신한국 당을 내각제에 편승한 세력으로 규정하고 나선 것도 이 총재의 추격을 뿌 리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결국 이회창, 이인제 후보간 지지율 경쟁 의 결과는 신한국당-국민회의와 국민신당-신한국당 민주계간의 공조 속에 펼쳐지는 다차원방정식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날 것 으로 보인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20일 제 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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