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건강만세

감기는 휴식으로 다스린다

의사 선생님도 감기 걸렸어요?. 진료실에서 코라도 훌쩍이는 날이면 어김 없이 듣는 말이다. 소아과 의사라서 어른 감기는 치료를 못한다는 궁색한 농담으로 대응을 하지만 누구라도 감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요즘 날씨가 썰렁해지면서 감기에 걸리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공기오염이 심해져서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이 늘고 있고, 심하면 합병 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들도 많아 감기쯤이야라고 가벼이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치는 수도 있다.

아이들은 보통 일년에 6∼8번 정도 감기에 걸린다. 요즘같은 환절기에는 더 잘 걸린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급성으로 비염과 인두염을 일으키는 병이다. 감기에 걸리면 재채기와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리고, 코가 막히며, 열이 난다. 2∼3일간 열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감기에 걸린 아이는 보채기도 하고, 식욕이 없어 안 먹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기 도 한다. 특히 아이들의 감기는 어른과는 달리 장이 함께 나빠지기도 하 는데, 이럴 경우 토하거나 설사를 한다. 감기는 통상 일주일쯤 지나면 회 복되지만 나을 때쯤 다른 감기에 걸리는 수도 있으므로 때론 오래가기도 한다.

흔히 감기는 그냥 두면 7일 만에 좋아지고 치료하면 1주일 만에 좋아진다 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공기오염이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합병증이 쉽게 생 겨 감기를 마냥 내버려 둘 수 없으므로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소아과 의 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리면 쉬게 하고 방안이 건조하지 않게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높여 주는 것이 좋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사 용하고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을 때는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수건으 로 아이의 몸을 닦아준다. 콧물이 많이 나오면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거 나 코딱지가 생기면 식염수를 몇방울 코 안에 떨어뜨려 주기도 한다. 하 지만 콧물을 자꾸 뽑거나 코 점막을 수축하는 약을 함부로 사용하면 나중 에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감기에 걸리면 치료도 중요하지만 중이염이나 기관지염, 폐렴같은 합병증 이 잘 생기므로 이런 병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 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중이염이 잘 생기기 때문에 감기 치료중 갑자기 많이 보채거나 귀를 자꾸 만지거나 귀가 아프다고 하면 의사에게 귀를 봐 달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간혹 의사들에게 어떻게 감기를 예방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의사들 이라고 특별히 숨겨둔 비법이 있을 리 없다. 감기가 번질 때는 무리하지 말고 푹 쉬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사람 많은 곳으로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감기 바이러스는 손을 통해 입으로 잘 들어가기 때문에 외출 했다가 돌아온 아이들은 손발을 꼭 씻고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 게 바람직 하다. 적당한 습도 온도를 유지하고 집안을 깨끗이 하는 것도 감기 예방 에 도움이 된다. 감기에 잘 걸린다고 집 안에만 꼼짝않고 있다가는 운동 부족으로 감기에 걸리기 더 쉽다. 적당히 햇볕을 쐬고 신선한 공기도 마 시는 것이 좋다. 물론 공기좋은 두메산골에 가서 살면 감기에 덜 걸리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 곳으로 이사가는 게 힘들다면 환기를 잘 시키고 아 이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마시라.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 왜 감기에 걸리느냐며 의아해 하는 부모도 있는데 독감 예방접종은 독감의 60∼80% 만 예방하는 것이다.

감기 걸린 아이는 쉬어야 한다. 아이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아플 때 학교나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에게 병을 옮겨 피해를 줄 수 있고, 아플 때 쉬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아픈 사정을 이해하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열나는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약의 내성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문제는 두번째다. 흔히 열감기라 불리는 병중에 항생제를 며칠만 쓰면 당장에 열이 떨어지고 아이가 멀쩡해 보이 지만, 그렇다고 치료를 중단했다가는 나중에 심장과 신장에 엄청난 합병 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병들은 의사가 아니면 구분하기 힘들므로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항생제를 쓸 때는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 하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13일 제 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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