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덕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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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지난 92년 대선 당시 부산 초원복집사건의 주역 중 한명인 ‘박일룡’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부산지역 기관장들 이 모여 선거대책을 논의했다 물의를 빚었던 초원복집사건 당시 부산경찰 청장으로 참여했던 박일룡 안기부 1차장이 최근 대선과 관련해 심상치 않 은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차장은 지난 10월 초부터 김종필 자민련 총재 에게 여러 차례 “면담을 하고 싶다”는 요청를 해왔다고 한다. 특히 박 차장은 “안보상황 등에 대한 전반적인 보고를 하고 싶다”는 이유를 내 세워 김 총재의 청구동 자택을 비밀리에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 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데 만날 필요가 없다” 며 박 차장의 면담요청을 거절해왔다고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국 민회의와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공동집권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민회의쪽 이 경계하는 박 차장을 만나 괜한 입방아에 오를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 다.
그러나 김 총재가 박 차장의 여러 차례에 걸친 ‘간곡한’ 면담요청을 거 절하는 진짜 이유는 박 차장의 면담목적이 ‘불순하다’고 보고 있기 때 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장이 겉으로 내세우는 면담이유는 안보상황 브리핑이지만 실제 면담목적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관계 자들은 “현재 시점에서 PK(부산·경남)출신인 박 차장이 김종필 총재를 만나려는 이유는 뻔한 것이 아니냐”며 “김대중 총재와의 후보단일화를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차장은 92년 초원복집사건 뒤 해양경찰청장으로 발령나 일시적으로 밀 리는 듯했으나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을 거쳐 안기부 1차장으로 고속 승진을 해왔다. 야권은 박 차장을 수사·정보계통 의 ‘YS(김영삼)의 충실한 돌격대’로 분류해 ‘공작정치 경계대상 1호’ 로 잔뜩 경계하고 있다.
김성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13일 제 1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