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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애비는 할 일을 다했데이

문민정부의 ‘황태자’가 마침내 석방됐다.

알선수재와 조세포탈죄가 적용돼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던 김씨는 법 원의 보석허가 결정에 따라 구속된 지 5개월 반 만인 11월3일 오후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김씨에 대한 보석허가 결정을 내린 서울 고법 형사10부(재판장 권광중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 원칙상 불구속 재판이 타당하다”며 보석허가 이유를 밝혔다. 설령 잘못을 저지른 범법 자라 해도 갱생을 위해 보석을 허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하필 김씨에게만 법원이 이런 관용의 원칙을 적용하느냐가 문제이다. 법원이 언제부터 ‘범죄사실을 초지일관 부인하면서 증거인멸의 우려까지 있는 자’를 보석허가 대상에 포함시켰는가.

일반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서슬퍼런 칼날을 휘두르던 검찰도 어찌된 일인 지 김씨에 대한 보석결정에 항고하지 않고 이를 사실상 추인해줬다. 정치 권도 “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관대한 태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법원이나 검찰, 정치권과 달리 김씨의 석방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 은 냉소를 넘어 분노로 가득 차 있다. 김씨가 석방되던 날 민주화실천가 족운동협의회 회원들은 땅을 치고 통곡했다. “민주화와 통일을 외치다 구속된 양심수들을 석방하자고 할 때는 난리법석이던 검찰이나 정치권이 대통령 아들의 석방에는 왜 한마디도 못하는가.”

김씨의 석방은 ‘유권석방, 무권구금’(권력이 있으면 석방이요, 권력이 없으면 구금)이라는 말을 낳게 한다. 이 말을 내뱉는 사람들의 마음은 속 으로 끓고 있다.

사진 정진환 기자 글 김성호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