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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우이동 4·19 묘역 옆 정보사 교육부대 안에 있는 충령각.)
북파 무장첩보요원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국방부 와 정보기관에서도 극소수의 관계자뿐이다. 게다가 정부가 이 ‘부끄러운 ’ 기밀을 공개할 리 만무다. 오로지 서울 우이동 정보사 교육대 안에 있 는 충령각(忠靈閣:‘충성스런 영혼들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라는 사당 에 모셔져 있다는, 지금까지 북파 무장요원 가운데 전사자의 위패로 가늠 할 뿐이다. 위패에는 누르스름한 바탕에 한글로 ‘고 ×××씨’라고만 쓰여 있다고 한다. 송명준씨의 아버지 송윤덕씨의 위패도 이곳에 있는 것 으로 전해진다.
이곳에 모셔진 위패의 수는 5천여개가 넘는다. 이 밖에 강원도 속초 영혈 사에 3백여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 3백여위가 각각 모셔져 있다 고 한다. 전사자만 5천6백여명 이상이다. 1개여단 규모인 셈이다. 여기에 는 군묘지에 안장된 이들과 북에서 실종되거나 자수한 이들을 제외한 것 이라 한다. 그렇다면 북파 요원의 실제 숫자는 얼마나 될까.
경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1개 침투조가 5∼10명으로 일단 침투해서 비 상상황이 되면 뿔뿔이 흩어지게 되며 때문에 대부분 생사 확인이 어렵다 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자폭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수하는 수도 생긴다. 이 런 이들은 위패도 묘지도 없다. 위패가 있는 이들은 사망한 것을 동료로 부터 확인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강을 건너다 실족사하거나, 부 상당해 쓸쓸히 북의 어느 산속에서 죽어간 이들은 아예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자수하거나 생포한 이들의 경우도 북에서는 공개하지 않기 때문 에 확인할 길이 없다.
한 관계자는 국방부와 정보사가 모든 북파요원들의 인적사항에 대한 자료 를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자료는 일련번호, 성명, 생년월일, 주소, 공작 종류, 소속부대, 입대일자, 근무기간, 좌표고유번호, 휴대무기, 비고란으 로 이뤄진다. 비고란에는 행불(행방불명), 사망, 탈영, 예편 등의 결과가 표시돼 있다. 이 가운데 역시 “행불이 가장 많았다”는 게 그의 증언이 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13일 제 18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