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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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0년대 북파간첩으로 활동했던 박부서씨가 40년간 모은 북파 관련자료를 보고 있다.)
‘불교에서, 미래에 선악의 인과응보를 가져오는 근원이 되는 소행. 특히 악보(惡報)의 원인이 되는 악행.’ 박부서(64)씨는 요즘 국어사전까지 찾 아보며 ‘업’(業)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평생 종교에 눈꼽만큼의 관심 도 없던 박씨가 이런 고민을 하는 된 것은 그가 북파활동중 저지른 ‘만 행’을 참회하면서부터다. 요즘 그는 아이들이 놀다 심하게 다쳐도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씨는 53년1월부터 54년12월까지 국군정보사령부 의 전신인 육군첩보부대 제1교육대 소속으로 북파무장활동을 벌였다.
박씨와 같은 북파요원 생존자들은 누구나 이런 종류의 정신적 고통을 호 소한다. 젊었을 때는 북한을 '박살내야 할' 적으로 세뇌받은 효과로 죄의 식이 없었지만 이제 인생을 마감하는 시점에 이르러 인간적인 고뇌가 폭 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존자 3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생활보호 대상자다. 그러나 경제적인 곤궁보다 이들이 마음 아파하는 것은, 자신들 이 한 일을 어느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점이다.
사실 이들은 분단의 피해자. 북한을 철저히 파괴하는 것이 조국과 민족에 헌신하는 것이라 믿어 그대로 했고 국가도 알게모르게 업무수행을 강제했 지만 이제 와서는 모두 외면한다. 명예회복은커녕 진상규명에도 소극적이 다. 이들의 호소는 40여년동안 대답없는 메아리로 남아 있었다.
이들은 지금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북파무장요원중 지금까지 확 인된 사망, 실종자가 수천명에 이르는 만큼 이들의 존재를 알리고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13일 제 1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