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재벌/해태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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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뒤 기쁨을 나누는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 오늘날 해태가 전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부각된 것은 전적으로 야구단 덕분이다.)
해태그룹이 부도위기를 맞으면서 그동안 ‘해태 타이거즈’ 야구단의 매 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야구단은 순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팔 경 우 거액의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연 쇄부도를 우려한 은행들이 10월에만 5백억원을 지원하는 등 연말까지 1천 억원을 다시 지원하기로 하자, 해태그룹은 최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구단 매각 계획을 슬그머니 빼버렸다. 해태는 이번에 화의신청을 내면서 도 “타이거즈는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시리즈에서 9번이나 우승한 타이거즈 야구단의 시장 가치는 대략 1천 5백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팔려고 마음만 먹으면 살 곳도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해태그룹 관계자들은 야구단을 매각하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타이거즈는 해태그룹의 것이 아니라 전남도민과 광주시민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사실 오늘날 해태가 전남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식품업계의 대표주자로 부 각된 것은 전적으로 야구단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최근 해태야구단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단장과 사장의 사인이 부각된 사 인볼을 광고를 내보내자 “왜 선수들 사인은 안보이느냐”는 항의를 집중 적으로 받았다고 한다. 팬들의 정서 때문에 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러나 그룹으로서는 무엇보다 구단을 팔아버릴 경우 사원들의 구심점이 사 라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해태 구단 자체만으로 놓고 본다면 결코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해태 구단은 올해도 1백억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제과 ·음료 등 소비재 상품을 위주로 하고 있는 해태로서는 야구단의 활약으 로 인한 홍보 효과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야구단의 승승장구 가 제과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롯데보다 해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 다는 의미도 크다.
프로야구가 처음 출범한 지난 82년 당시 대기업들은 야구단의 창단이 별 실익이 없다며 창단을 꺼렸다. 해태그룹 안에서도 경영진들의 반대가 많 았지만, 박건배 회장은 야구단이 그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며 창단을 결 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타이거즈 구단의 운명도 이제 상황에 따라서는 해 태그룹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결정될 수도 있다. 해태가 조흥은행으로 부터 5백억원을 대출받으면서, 타이거즈 지분 50%를 담보로 내놨기 때문 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13일 제 1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