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교섭단체 급한 국민신당

(사진/`신당 합류.' 이인제 전 지사가 신한국당에서 온 김운환 한이헌 의원(왼쪽 두번째·네번째)을 맞고 있다.)

11월4일 중앙당 창당 작업을 마친 국민신당의 일차적인 목표는 원내교섭 단체를 이른 시일 안에 구성하는 것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야 정치 적인 비중을 인정받을 수 있는 데다가 이인제 후보의 최대 약점인 인물 부재 즉, 수권능력 부재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조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 다는 판단에서다. 또 원내교섭단체가 일단 구성되기만 하면 내분상태로 거취를 고민중인 신한국당 의원들의 상당수가 가담할 것이라는 계산도 하 고 있다.

민주계, 자존심 해결해야 간다?

국민신당은 이와 관련해 신한국당의 내분사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내 분사태가 장기화, 가속화될수록 이탈자가 늘어날 것이며, 이탈자는 결국 국민신당으로 건너올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미 10월 31일 김운환 한이헌 의원을 시작으로 신당에 합류하는 신한국당 의원들의 속속 생겨나 고 있다. 박범진 김학원 원유철 의원 등도 신한국당을 탈당해 국민신당으 로 당적을 바꿨다. 신한국당 민주계와 국민신당, 민주당, 통추 등의 4자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서석재 의원이 신당에 합류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신당쪽의 시각이다. 신당 주변에서는 이와 함께 서울의 이아무개, 경 기의 김아무개, 강원도의 황아무개, 경북의 임아무개 의원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신당쪽은 신한국당의 민주계 모임인 ‘국민연대추진협의회’의 종착점도 결국은 국민신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의 한 측근은 “국민연대가 지금 반DJP연대를 주장하면서 신한국당에 남아있지만, 이회 창 총재가 끝까지 후보사퇴를 거부하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뻔하 지 않느냐”면서 “이인제 후보가 마음에 들든 아니든 국민신당의 깃발로 모여들 수밖에 없다”고 장담했다.

실제로 그동안 이인제 전 지사의 탈당 행위 등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국민연대의 민주계 중진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권 창출을 위한 현실적인 카드는 이인제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이 전 지사를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서청원 의원쪽은 “지금은 반DJP와 반이회창 노선 이 중요하지 이 전 지사의 행동을 나무랄 때는 지났다”고 말했다. 김덕 룡 의원도 “정권 창출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밝혀 이 전 지사를 ‘ 용인’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 핵심들의 신당행은 상당히 더디게 진

행될 전망이다. 신당쪽이나 신한국당 내 민주계 의원들 양쪽 모두 서로를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계 중진들은 이 전 지사의 탈당을 격 렬히 비난했기 때문에 당장 신당으로 몸을 옮기는 것은 자존심이 쉽게 허 락하지 않는다. 국민연대의 실무간사를 맡고 있는 박종웅 의원은 “이회 창 총재와 갈라설 바에는 차라리 신당으로 곧바로 가서 도와주는 게 떳떳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모든 일에는 명분과 순서가 있는 법”이라고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민주계 의원들의 자존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정이 남았다는 것이다. 국민연대가 종국에는 신당을 가더라도 무소속 교섭단체를 먼저 만들었다가 신당과 결합하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비민주계 동참 더 선호

한편 신당쪽에서는 현역의원들이 한명이라도 더 동참하기를 가뭄에 단비 기다리듯 바라고 있지만, 민주계의 집단적인 동참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민주계 핵심과 김 대통령 직계 의원들의 가담이 자칫 국민 신당을 통일민주당의 재건이나 YS당의 창당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신한국당을 탈당, 신당에 가담한 수도권 의 한 의원은 “민주계 중진 의원들이 떼로 신당에 입당하면 오히려 신당 의 이미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인제 후보쪽에서는 차라리 민 주계 중진들이 신한국당에 남아 이회창 후보를 끝까지 괴롭혀줄 것을 원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당쪽은 또 지난 경선 때 민주계의 모임인 ‘정발협’의 전례를 들어 국 민연대도 자칫 소리만 요란했지 별 소득이 없을 가능성이 큰 만큼 국민연 대로 힘을 빼지 말고 뜻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입당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은 이와 관련해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 등 민주계 색깔이 엷은 인사나 민정계 의원들을 선호하고 있다. 신당의 관계 자들은 이들을 입당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총재쪽에 섰던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신당쪽에서 사흘이 멀다 하고 입당을 권유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