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협상대표단 월권했다”

(사진/단일화 협상내용에 문제를 제기한 정대철 부총재.)

DJP단일화에 대한 역풍은 국민회의와 자민련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DJ로 대선후보가 단일화되면서 결과적으로 대선후보를 내지 못한 자민련 일부 의원들의 반발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특히 TK(대구·경북)출신들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지역정서까지 거론하며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자민련 TK출신 일부의원들은 DJP단일화가 발표되자 탈당이나 단일화 서명 불참 의사까지 밝히는 등 강한 반발을 보였다. TK출신 의원들은 지난 10 월30일 모임을 갖고 야권후보단일화 합의문에 두당 의원 전원이 서명하기 로 한 애초의 방침을 거부하고 협상대표들만 서명토록 하는 방안을 당지 도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결국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3일 실시한 합의문 서명식에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 등 두당 총재만 서명하는 것으로 애초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TK인사 중 안택수 이의익 의원 등은 지역정서상 김대중 대통령 후보에 대 한 선거운동이 어렵다며 가장 반발하고 있다. 내년 대구시장 출마를 꿈꾸 고 있는 이 의원은 “좀더 지켜본 뒤 최종 결심을 밝히겠다”며 최종 입 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TK의원들의 반발도 박태준 의원이 4일 자민련에 입당해 당 총재를 맡으면서 상당히 수그러들고 있다. DJP단일화에 반발해 실제로 탈 당한 인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자민련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자민련과는 강도가 다르지만 국민회의 내에도 DJP단일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 내의 반발은 DJP단일화 자체에 대한 불 만이 아니라 단일화내용에 대한 불만이다. 지나치게 JP쪽에 많은 것을 양 보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비주류인 정대철 부총재는 지난 10월27일 당사에서 열린 간부회 의에서 야권단일화 합의문이 실린 조간신문을 책상에 여러 차례 내던지며 “내각제 개헌 이후의 상황을 자민련에 보장하는 이런 합의를 할 수 있는 거냐”며 반발했다. 내각제 개헌 뒤 초대 대통령과 수상의 선택권을 자민 련에 보장한 것은 협상대표단의 월권이라는 것이다. 정 부총재는 “국민 과 당이 결정할 일을 단일화 협상대표가 월권을 해도 되는 것이냐”며 내 각제 이후의 ‘JP 수상’ 보장에 불만을 나타냈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