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1

독자주장

테레사에 대한 마녀사냥?

<한겨레21>을 읽으면서 이토록 당혹스럽기는 처음인 것 같다. 마더 테레 사가 가난을 칭송하고 질병을 찬미했지만 가난과 질병에 대해 투쟁하지 않았다는 논단 필자 채만수씨의 주장에 결코 동의할수 없기 때문이다. 게 다가 투쟁을 선동하지 않았기에 부자들이 좋아했고 성녀로 추어올렸다는 주장은 너무나 이데올로기적인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마더 테레사의 모든 이념이나 행동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채만수씨의 논리는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일 뿐만 아니라 오로지 이데올로기만 남은 비판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비폭력노선으로 일관한 간디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세상 세람들 이 간디를 칭송하는 이유는 그가 부자들에 대해 폭력적인 투쟁을 선동하 지 않아 부자들이 농간을 부린 탓이란 말인가. 그것만은 아닐 것이라 생 각한다.

세상에는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 단하나 뿐인 것은 아니다. 사회의 환경을 바꿈으로써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도 있고 가난을 찬미하며 가난한 이를 위로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 한 방법으로 다가가는가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실천이 존재하고 있다. 어쩌면 세상을 위한, 가난한 이를 위한 유일무이한 길만을 주장하 는 것이 더욱더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다.

테레사 수녀의 사랑실천이 끼친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그의 순수한 신앙 에서 비롯된 의도하지 않은 보수적 주장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이 전부가 아닌 이상 이번의 논단은 악의적이며 일방적인 이데올로기적 매도라 하겠다. 마치 80년대에 교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자의 개량주의 마 녀사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찌 그 사랑의 실천과 그것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조차도 구분하지 못한 단 말인가.

엄기호/ 나우누리 offroadz

계좌 추적, 소름끼친다

신한국당이 최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비자금설 폭로과정에서 밝힌 김대 중씨 친인척의 계좌 추적내용은 소름이 오싹 돋게 만든다. 신한국당이 발 표한 내용을 보면, 수십명에 이르는 친인척의 신원을 철저히 조사한 것은 물론이고, 추적한 계좌가 수백개가 이르는 데다 돈이 옮겨간 과정까지 너 무도 상세하다.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국가의 장래를 걱정한 많 은 국민들의 제보 덕택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것이 국가기관의 개입없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증권감독원이 계좌 추적에 개입한 사실은, 증감원이 국민투자신탁에 공문 을 보내 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이미 드러났다. 그러나 어찌 증감원뿐이겠는가. 은행감독원, 노태우 비자금사건 조사과정에서 나온 검 찰의 수사자료가 밑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세밀한 추적은 불가능 했으리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그리고 이는 검은돈을 막기 위해 만들 었다는 금융실명제를 국민을 감시하기 위한 장치로 전락시켜버린 것과 같 은 행위다.

신한국당의 폭로내용을 보면서 나는 우리 국민들이 판옵티콘(원형감옥)에 갇힌 죄수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권력집단이 마음만 먹으면 정상적 인 통치행위에 필요한 일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에까지 우리의 일거수일 투족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누가 마음편히 사생활 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올해 초 귀순한 이한영씨가 의문의 피살을 당했을 때, 범인들에게 돈을 받고 이씨의 주소를 가르쳐준 심부름센터 직원과 경찰전산망에서 이를 빼 내준 경찰관이 구속된 일이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기관들을 정치공작에 불법으로 동원했다면, 도대체 그 구속된 경찰관 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김대중씨에게 구린 돈이 들어갔고 그가 그 돈을 개인적 치부에 썼다면 그 진상은 어떻든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 면, 신한국당의 비자금추적에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 또는 동원 여부 도 반드시 밝혀, 불법행위자들 또한 단호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이정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1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