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조정아씨

“저도 <한겨레21>을 만드는 사람에 포함되는 건가요. 제가 그린 만평이 처음 실렸을 때의 기쁨이 지금도 생생해요. 정성스럽게 작업은 했지만 실 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독자들의 솜씨를 뽐낼 수 있다는 게 다른 시사주간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겨레21>이 가진 또하나의 매력이 라 생각합니다.”

대구백화점 문구센터에서 일하는 조정아(25)씨. 그는 얼마 전 <한겨레21> 을 찾아왔다. 언젠가 꼭 한번 가 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룬 것이다. 자신 을 아마추어 일러스트레이터로 키운(?) <한겨레21>이 아니었던가. ‘한겨 레’라면 남 같지 않은 것이다. 작품이 하나둘 실리면서 더 나은 만평을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지만 그때마다 <한겨레21>의 지면이 고민을 해소해 주었다.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독자만평에 실린 다른 작품과 비교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한겨레2 1>에 등장하는 만평·만화작가들을 꿰뚫고 있다.

“<한겨레21>은 ‘읽는’ 시사주간지의 영역을 ‘보는’ 시사주간지로 확 대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표현한 만평에 거부감 을 느낄 때도 있어요. 웃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만평을 좋아하거든요. 그 런 면에서 노희성씨의 그림마당과 전남 담양의 독자 안종만씨의 만평이 재미있어요. 시사SF는 언제부터인가 SF성격이 사라져가고 있는 느낌입니 다. 만화에 대한 관심을 채울 수 있는 지면인데 아쉬울 때가 많아요.” 그는 전문 컴퓨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꾼다. 현재 문구센터에서는 출력업 무를 맡고 있어 그의 작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겨레21>에 작품 을 보내기 위해서는 점심시간을 줄이고 야근을 감수해야 한다. 그마저도 자유롭지 않다. 왠지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적인 과정 을 이수해 일러스트레이터로 나서고 싶은 생각이다. 하지만 1년여를 투자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서울로 생활을 옮겨야 하는 데 그것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래저래 고민스러워 당분간은 일러 스트레이터의 꿈을 ‘희망사항’으로 간직할 생각이란다.

그는 <한겨레> 대구지사의 모임에도 열심이다. ‘한겨레’란 이름으로 사 람들을 만나면 그냥 반갑고 뭔가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문화답 사를 함께 하며 국토사랑을 몸으로 느끼고 <한겨레21> 이야기도 함께 나 누곤 한다. <한겨레21>의 독자만평에 10여번 실렸기에 때론 ‘유명인사’ 대접을 받기도 한다. “<한겨레21>이 저를 키우고 있는 느낌이에요. 포기 할 뻔한 꿈도 새롭게 떠올리게 하고,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깨닫고 있어 요. 정식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 데뷔해 <한겨레21> 지면을 빛내고 싶어요.”

김수병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