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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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열린음악회>가 대형화되면서 일반 쇼무대로 변해간다는 지적이 많다. 성악가들이 사회자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인들의 대중무대 참여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10월19일 방영된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정명훈씨의 <열린음악회> 참가와 관련해 해묵은 논쟁이 다시 거론됐다. 이번 음악회에서 정씨는 지난 8월 프랑스 파리 롱 샹경기장에서 세계청소년대회 피날레로 자신이 지휘한 ‘세계를 위한 찬 송’ 음악회를 거의 그대로 재연, 클래식 위주로 채웠다. 그럼에도 일부 음대 교수들이 정씨의 출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열린음악회> 자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외에도 “정명훈 너마저도”라는 위기감(?) 의 표현이기도 하다.
클래식 터전의 무게중심이 바뀐다
서울대 음대 교수들은 지난해 3월 <열린음악회> 서울대 유치에 반발했으 나, 그해 10월 <열린음악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음악계 일부에서 <열린 음악회>를 싫어하는 이유는 클래식이 오도되고, 성악가들이 대중가요를 불러 클래식을 훼손한다는 점이다. 이에 최근 각 대학 음대 학장들이 모 여 <열린음악회> 출연 음악가들은 교수진에 채용하지 말자는 논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열린음악회> 출연이 대중적 인기와 공연 출연료 인상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오히려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성악가들 이 늘어나고 있어, 파워게임에서 밀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예 술비평가그룹 ‘21세기 문화광장’(대표 탁계석)은 지난해 8월 ‘열린음 악회가 클래식 음악계에 미치는 폐해’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탁씨는 “ 화려한 대형무대가 시각적으로만 충족돼 클래식 대중화에 오히려 역기능 으로 작용한다. 문턱을 낮추는 데만 신경쓰지 말고, 대중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데도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박종호씨도 “파바로티 와 도밍고가 대중무대에 많이 서지만, 그들의 터전은 정규 오페라무대인 데 반해 우리는 무게중심이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라면서 “열린음악회 의 존재가치는 분명히 있으나 공영방송인 KBS가 클래식 정규방송을 단 한 프로도 두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지휘자 하성호씨는 “세계적인 지휘자 번 스타인이나 앙드레 프레빈도 탁월한 재즈피아니스트였다. 순수음악과 비 순수음악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 크로스오버의 보편화는 자연스러운 것인데 우리 음악계가 소아병적인 편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강 도높게 반발했다. 대중가수와 <향수>를 불렀다는 이유로 국립오페라단에 서 제명되기까지 했던 서울대 음대 박인수 교수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박 교수는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영역을 지나치게 구분짓는 것은 관념론에 불과하다. 성악가들이 대중가요를 부를 때도 성악창법으로 하기 때문에 다르게 전달된다. 성악가들이 김정구의 <눈물젖은 두만강>을 얼마든지 부 를 수 있다”면서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크로스오버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클래식문화에 관심없던 사람에게 클래식에 눈을 뜨게 해주고, 반대로 대중음악을 격상시켜주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많이 했던 열린음악회가 점차 대형화되면서 일반 쇼무대처럼 되어갔다”는 반 응을 보였다.
음대 교수도 의견분분… 쇼무대화는 경계
이에 대해 <열린음악회>를 기획한 KBS 김경식 주간은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킬 순 없다. 장르를 개방하고, 성별, 나이, 계층을 떠나 서로 한마음이 되는 이런 축제를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주 간은 KBS에 정통클래식 프로가 없는 것에 대해선 “내가 언급할 바가 아 니다”라고만 말했다.
어떤 이는 얼마 전 비행기 사고로 숨진 존 덴버와 플라시도 도밍고의
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30일 제 18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