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0년 연재 개근한 아마추어 시인

고종옥(66)씨는 한달에 며칠 동안은 책상에 앉아 시상을 가다듬는다. 밤 늦은 시각 원고지를 마주 대하고 펜을 들면 머릿속에는 섬마을과 바닷가 풍경 또는 얼마 전 여행했던 산마루나 계곡의 아름다움이 떠오른다.

고씨가 이처럼 시쓰기를 매달 거르지 않는 것은 그의 시를 기다리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고씨의 시는 해양·수산 전문잡지인 월간 <현대해양>에 매달 실린다. 지난 88년 5월호에 시를 처음 기고한 이후 한번도 거르지 않았으니 벌써 10년째다. 아마추어 시인인 고씨는 이 잡지에 ‘해양시단 ’이라는 자신만의 고정란도 갖고 있다.

그가 이 잡지에 시를 쓰게 된 것은 지난해 작고한 잡지 발행인 이종례씨 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고씨가 행동동성당의 신용조합 이사로 있던 지 난 88년 4월 주간 <가톨릭신문>에 응모한 ‘바닷가 선창에 서면’이라는 시가 뽑혔다. “바닷가 선창에 기대어 뭘 생각하나/ 머얼리 수평선 너머 로 아롱거리는/ 일엽편주의 외로운 항해….” 마침 신문을 통해 이 시를 읽은 이씨가 잡지에 좋은 시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시작된 시 쓰기가 10년째다.

고씨가 쓴 시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전남 고흥군 나로도 섬마을의 풍 경이나 바다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산과 들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서정시가 대부분이다. 아호도 ‘섬처럼 굳건하고 바다처럼 넓은 마음’이 라는 뜻을 담은 ‘도양’(島洋)으로 지었다.

이제는 자신이 쓴 시를 기다리는 주변친구나 교인들에게 지난 몇달치 시 를 복사해 나눠줄 정도로 ‘팬’도 생겼다. 특히 손녀딸 은솔(8)이를 무 릎에 앉혀놓고 시를 읽어주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장남이 대학 국문과 교수로 있는 고씨는 “평소 시를 읽고 책을 가까이 하는 생활을 하다보니 손녀딸도 글짓기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는 것 같다 ”며 웃었다. 고씨는 앞으로 쓴 시를 모아 고희에 맞춰 한권의 책으로 묶 을 계획이다.

지창은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