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마니산을 비롯해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이 풍부한 강화도 일대의 3천만평 에 이르는 갯벌을 매립하려는 인천시의 ‘화북프로젝트’에 대해, 환경단 체들이 이를 중단하고 갯벌을 공원으로 지정·보호하는 것이 관광사업 육 성에 더 바람직하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이 제 안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상당한 구체성과 합리성을 갖고 있다.

갯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독일은 갯벌을 아예 하나의 희귀자원 으로 간주해, 갯벌이 발달한 모든 연안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86년 슬레히비히 홈스타인 갯벌 28만5천㏊를 국립공원 으로 지정한 데 이어, 88년 니더작센주의 20만4천㏊, 90년 함부르크의 갯 벌 1만1천㏊를 공원으로 잇따라 지정했다.

독일의 갯벌국립공원은 갯벌을 포함한 모든 연안을 바다쪽 10km 밖까지 공원으로 지정해, 이 해역에서 간조 때 드러나는 간석지를 제1보전구역( 전체의 53%)으로 정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안내자를 동반할 경우에만 출 입이 가능하고, 수산물 채취기간도 일정 기간으로 제한된다. 또 물에 잠 기는 제2보존지구(46%)도 배의 항해를 위한 수로로만 사용할 수 있고, 나 머지 1%만이 여가를 위한 관광지로 이용된다. 여가를 위한 지역도 지역의 크기나 위치를 갯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로 한정시켜 전 연안에 고르 게 분산시켰다. 여기에는 해수욕장과 휴양지 등이 있지만, 건축물을 새로 짓는 따위의 환경파괴행위는 할 수 없다.

물론 독일도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당시, 주민들과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농업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터 를 순순히 내놓을 리 만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니더작센주의 경우 국립 공원법을 제정하기 5년 전부터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함으로써 마침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독일의 갯벌공원은 93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받았다. 한때 반대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한해 60만명 이상의 외국관광객이 몰려들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자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갯벌의 국(도)립공원화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때 거론된 적이 있다. 충청남도는 보존가치가 뛰어난 아산만과 천수만지역의 갯벌을 도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생태조사를 벌이겠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경기도도 이인제 전 지사가 지난해 도의회에 출석해 남양만 일대를 국립공원화하는 도차원의 노력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뒤 아무런 후속 노력도 이뤄지지 않은 채 지금껏 유야무야되고 있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