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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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교체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윤환 신한국당 고문을 주시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 만들기의 일등공신 인 허주(김 고문의 아호)가 움직이면 '상황은 끝'이라는 판단에서다. 특 히 비주류는 허주가 결단을 내릴 거라고 희망섞이 기대를 잔뜩 품고 있다 . 그러나 허주의 입장은 분명했다. 10월 19일 자택에서 만난 그는 “후보 교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치 윤리에도 어긋난다”고 못박았다. “ 이대로 가면 야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최선을 다해서 안 되 면 야당을 하는 것이 정치 원론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 정권 의 연장 차원에서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김 대통령의 중립 이 선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인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는데 섭섭하지 않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당의 화합과 결속을 위해 공동선대위원장제 도입이 잘 됐다고 본다.
-이 후보의 저조한 지지율을 이유로 여권에서 또다시 후보 교체론을 들썩 이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뽑아놓고 그 후보의 인기가 없다고 교체 운운하는 정당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가. 지지도가 낮다고 후보를 바꾸자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
-지난 추석 직전에 당내에서 후보 교체론이 대두됐을 때 김 고문은 ‘10 월 말까지 한번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논의를 하자’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후보가 인기가 없으면 인기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당과 당원의 할 일이다. 그것이 정당 즉, 정치활동 아니냐. 후보를 만들어 놓고 인기가 없다고 노력도 안해보고 팽개친다면 그것이 정당이냐. 미국 공화당은 밥 돌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서 끝까지 지지했느냐.
-후보 교체론자들은 이 후보로는 더이상 희망이 없는 것 아니냐, 노력해 봐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인데.
=아니, 뛰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 힘껏 뛰어본 뒤에도 지지도가 안 올라가면 그때는 새로이 얘기를 할 수는 있다. 교체론을 들고 나오려면 더더욱 그 후보를 위해 득표활동을 해야한다. (언성을 높이면서)아무 것 도 하지 않고 바꿔치우면 국민들이 용서하겠나. 또 당원들이 승복하겠나.
-그렇다면 10월 말에 대책을 논의하자던 김 고문의 지난 번 말의 의미는 뭔가.
=모두가 안 된다고 하니까 일단 노력해보고 그때 가서 당신들 논의하더라 도 해보라는 거였지 내가 교체론을 제기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후보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무게 중심 이 있었던 얘기이다.
-노력하는데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어떻하겠는가.
=그래 기자는 후보 바꾼다고 정권창출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나는 회의적 이다. 그리고 후보를 바꾼다면 누구를 대안으로 할 것이며, 어떤 방법으 로 바꿀 수 있겠나. 설령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국민이 이 정당에 대한 신뢰를 저버릴 것이다. 인기 낮다고 후보 바꿔치우는 그 런 정당을 누가 신임하겠나. 어림없다.
-당내 일부에서는 조순, 이인제 후보 등과 연대하는 ‘반김대중 연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른 당 후보를 데려와서 집권당 후보로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리 라고 보는가. 반DJ연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인제 후보를 우리당 후보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것이 말이 되나. 당원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인제 후보는 경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나간 사람이다. 이제 와서 그가 지지율에서 앞서니까 그래 다시 그를 데려와서 후보로 밀 자는 게 정치 윤리나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일이냐. 반DJ연합도 우 리 당을 중심으로 하면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경우는 생각하기 힘들 다.
-야당이 되더라도 후보 교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인가.
=교체해서 이길 수 있으면 왜 안하겠나. 그러나 나는 후보를 바꿔서는 정 권재창출이 안 된다고 본다. 정권 창출을 하려면 어떻든 이회창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본다. 최선을 다한 뒤 안 되면 야당이 될 수밖 에 없는 것은 정치원론이 아니냐. 정권 창출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지만 정권 창출이 안 될 때는 야당이 되는 것 아닌가. 그 다음에 재집권을 위 해 노력하는 게 정당활동 즉 정치다.
-비주류쪽에서는 김 고문이 내각제를 염두에 두고 야당이 된 뒤에 당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당권을 왜? 내가 당권을 노리는 이유가 뭐가 있나. 그것은 나를 음해하 려는 주장이다. 내가 이회창 후보 중심으로 단합하자는 것을 갖고 그렇게 본다면, 다른 사람들은 당권의 이니셔티브를 갖기 위해 후보 교체를 주장 하는 것 아니냐. 마찬가지 논리다.
-여권이 단결하면 정말로 여권표가 재집결할 것으로 보는가.
=지금 보수세력의 생각은 이렇다. ‘김대중은 안 되는 것 아니냐. 신한국 당 꼴을 보면 정권창출이 될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이인제가 대통령이 돼서는 되겠나. 또 조순도 안 되고 차라리 JP를 도와줘서 내각책임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 보수세력은 DJ가 2년간 대통령을 하더라도 지금의 우 리 정치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지지표다. DJ 지지표를 뺀 나머지 60여%의 표를 우리가 어떻게 가져오느 냐에 승패가 달렸다. 그 표는 언제나 가변적이어서 우리가 단결하면 올 것이다. 당이 이 꼴이니까 안오는 것이지.
-DJ 비자금이 정국을 흔들고 있는데.
=비자금 문제 제기로 DJ 대세론을 주춤하게 하는 효과는 있었다고 본다. 낡은 정치를 타파하는 차원에서 부정축재한 것을 짚고 넘어가는 것은 의 미가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갖고 계속할 수는 없는 만큼 이제는 검찰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자료 수집에 국가기관이 동원되고 비자금 폭로방식이 구태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방식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방식보다 본질적인 게 더 중요 하다.
-92년 김 대통령의 대선자금도 문제 삼아야하지 않는가.
=김 대통령이 당연히 돈을 더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김 대통령은 돈을 축적해서 사유재산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대선자금이나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게 아니라 정치자금을 사유화했다는 것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곧 이뤄진다고 본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비자금 문제가 DJP 단일 화에 좋은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DJ가 JP의 순수내각제를 받아서라도 단 일화를 이뤄야하는 절박한 상황이 된 것이다. JP도 다른 선택이 없는 것 같다.
-야권 후보단일화로 여당이 불리해진 것 아니냐.
=이미 단일화를 대부분 다 예측하고 정치판이 움직이고 있다. 여론조사도 다 반영돼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으리라고 본다.
-김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후계자를 위해 직접 선거를 돕겠다고 공언했다 가 지금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어차피 이제는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야되지 않겠나. (한동안 생각을 가 다듬은 뒤) 각당 후보들을 청와대로 부른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것이 다 공정선거관리 의지를 나타내는 것 아니겠느냐. 일부에서는 그때 김 대통 령이 공정한 선거관리를 명분으로 우리 당의 명예총재직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당이 타격을 받지 않겠나.
=왜 타격이 되나. 대통령이 중립으로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정책적 인 차별없이 선거가 되겠나. 과거 정치에 대해 나쁘면 나쁘다고 해야 된 다. 개혁을 무조건 승계하는 게 아니라 정신은 승계하더라도 방법과 정책 면에서는 차이점을 보일 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을 못하고 지금 정권의 연장에서 선거운동 해서 되겠나. 지금 정권의 지지도가 얼만 데.
-그렇다면 이 후보가 김 대통령과 차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회창 후보의 독자적인 색깔이 안 나오고서야 득표가 되겠나. 후보의 정치적 색깔이나 비전 제시가 정치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이회 창의 정치 색깔이 더 나와야 한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김 대통령이 이인제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
=그렇게 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여러 가지 사람마다 다른 해석과 해 몽이 나오기 때문에 여권의 정권 창출에 혼미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 이 제는 뭔가 분명히 해야 된다고 본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30일 제 18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