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월드컵, 이제 목표는 세계 16강

(사진/우즈베키스탄전을 승리로 이끈 최용수의 첫골. 선수들의 플레이가 갈수록 힘을 더하고 있어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이제 목표는 월드컵 본선에서 첫승. 그리고 내친 김에 16강까지.

차범근 축구가 1백년 한국축구사에 새장을 열었다. 우즈베키스탄을 대파 하고 프랑스월드컵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음으로써 월드컵 4회 연속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룬 것이다. 오는 2002년 월드컵 주최국으로서 자동 출전권을 확보한 것까지 더하면 5연속 진출이라는 대기록이다. 한국 축구 로서는 이제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불명예를 씻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그 첫 관문을 통과하면 16강행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5연속 본선진출 8개국에 지나지 않아

한국은 현재 승점 16(5승1무)으로 사실상 프랑스 직행 티켓을 끊었다. 설 사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지고 2위인 아랍에미리트연합(승점 7·2승1무2패 )이 전승해 동점이 되더라도 골득실에서 13골이나 앞선다. 이변이 없는 한 조1위를 굳힌 상태다. 1위 싸움보다는 차라리 2위 싸움이 볼 만하게 됐다. 일본(1승3무1패)과 카자흐스탄(1승3무2패)이 똑같이 승점 6으로 아 랍에미리트연합을 쫓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일본은 한국과의 일전을 남기고 있어 ‘한국의 선택’을 바라야 할 형편이다.

월드컵 4연속 진출은 아시아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이다. 94년 미국월드컵까지 북한(66년 잉글랜드)을 비롯해 이란(78년 아르헨티나) 쿠 웨이트(82년 스페인) 이라크(86년 멕시코) 아랍에미리트연합(90년 이탈리 아) 사우디아라비아(94년 미국) 등이 겨우 단 한차례 월드컵 본선에 올랐 을 뿐이다. 게다가 월드컵 5연속 진출은 세계의 유수한 축구강국들도 이 루지 못한 위업이다.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본선에 진출해온 브라질(16연속)을 비롯해 독일(12연속) 이탈리아(9연속) 아르헨티나·멕 시코(7연속), 잉글랜드·스페인·스코틀랜드(5연속) 등 8개국에 불과하다 . 월드컵 출전기록만으로는 한국 축구도 이미 선진국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극히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본선 11차례의 경기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3무8패로 역대 랭킹 44위 에 머물고 있다.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스위스대회(54년)에서 첫 상대 인 헝가리에 0-9로 대패했고, 이어 터키에 0-7로 참패했다. 그로부터 32 년 만에 진출한 멕시코대회(86년)에서도 세계의 벽은 높았다. 첫 경기에 서 ‘신동’ 마라도나가 버틴 아르헨티나에 1-3으로 졌고, 불가리아전에 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마지막 이탈리아전에서도 2-3으로 분패했다 . 이탈리아대회(90년)는 최악의 성적이었다. 3연패.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최순호가 얻어낸 프리킥을 황보관이 성공시킨 게 유일한 골이었다. 미국 대회(94년)는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무대였다. 스페인에 0-2로 뒤 진 상황에서 후반 10분을 남기고 잇따라 골을 터뜨려 무승부를 기록했다. 독일전에서도 전반 0-3으로 뒤지다 후반 2골을 넣으면서 숨가쁜 추격전을 펼쳤다.

아시아 축구 맹주 명예회복 기회

한국 축구는 이번 프랑스대회에서 아시아의 맹주로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사실 대표팀의 전술과 선수들의 플레이가 갈수록 힘을 내고 있어 기대가 크다. 중앙돌파에 의한 속공과 미드필드에서의 중거리슛, 세트플 레이의 정교함 등이 갈수록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이다. 게다가 포지션 마다 적임자가 포진해 있고 이들의 부상 때 투입할 대체요원도 충분하다. 여기에 철저한 정보분석에 바탕한 실리축구를 구사하는 차범근 감독에 대 한 안팎의 신뢰도 두텁다.

한편, 오는 11월1일 잠실에서 벌어질 한-일전은 최종예선 통과 여부와 관 계없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올해 한국은 일본과 두차례 격돌 해 첫 경기에선 1-1로 비겼지만, 지난 9월28일 두번째 경기에선 2-1로 역 전승했다. ‘타도 한국’을 노리던 일본 축구는 그날의 충격으로 감독이 갈렸고, 축구협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진통을 겪었다. 일본 축구로서는 설욕을 벼르고 있을 것이다. 차범근 감독도 필승을 다짐한 바 있다. 대표 팀은 이미 울산에서 일주일 동안 전지훈련에 들어갔다.

유강문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