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계좌추적 전문가 1년 이상 준비”

DJ비자금 파일은 언제 어떤 경로로 신한국당에 입수됐을까. 신한국당 지 도부가 DJ 파일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시점은 한가위 연휴 직후로 추 정된다. 7월 말 전당대회 이후 이 총재를 괴롭혀온 아들 병역 문제가 한 가위 전 장남 정연씨의 소록도행으로 일단 전기를 맞자, 당 지도부는 이 총재의 지지율 만회를 위한 전략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당내에는 ‘포지티브 방어팀’과 ‘네거티브 방어팀’이란 두개의 팀이 만들어졌다. 황우여 의원이 중심이 된 ‘포지티브 방어팀’ 은 야당의 각종 공세나 시중 루머에 대한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일을 맡 았다. 반면 강삼재 총장이 맡은 ‘네거티브 방어팀’의 임무는 상대의 약 점 공격 등 말 그대로 ‘네거티브 캠페인’이 목적이었다. ‘DJ 파일’과 아직 폭로되지는 않았지만 여당이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인제 파 일’ 등은 모두 이 네거티브 방어팀에서 입수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DJ 파일은 휴대용 큰 가방에 하나 가득 담겨진 채 당으로 넘어왔던 것으 로 알려졌다. 이회창 총재는 10월초 이 보따리를 직접 들고 이한동 대표 를 만나 함께 자료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이것으로 김대중 총재는 끝”며 ‘의기투합’했다는 전언이다.

이에따라 강 총장은 폭로 기자회견 하루전에 김충근 총재보좌역 등을 불 러 파일 덩어리 가운데 30여쪽에 이르는 비자금 원자료를 넘겨주면서 기 자회견문 작성을 지시했다. 기자회견문을 작성한 한 실무자는 “자료의 내용이 워낙 엄청난 것이어서 손이 다 떨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14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DJ 친인척 비자금 의혹을 폭 로한 신한국당의 한 의원은 “강 총장이 넘겨준 자료는 계좌 추적 전문가 에 의해 최소한 1년 이상 준비된 것이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또, DJ 비자금 의혹에 대한 신한국당의 폭로가 있기 며칠 전 몇몇 언론사 에는 ‘자료를 미리 넘겨줄 테니 단독으로 보도할 수 있느냐’는 은밀한 제의가 모처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언론사가 증거가 불충 분하다며 고개를 가로젓자, 일부 시민사회단체에도 문의가 있었다는 후문 이다. 신한국당 지도부가 직접 폭로 방식 이전에 제3자를 통한 폭로를 시 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