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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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들의 정치행태를 보면서 정치학도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 각 후보들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과 부탁말을 적어달라는 요청에 학생들은 그들에게 쓴소리를 마구 쏟아냈다.
김대중은 권력욕, 이회창은 부러진 대쪽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대부분 대권도전 전력을 둘러싼 비판이 집중됐다. 대부분 ‘대권 4수’와 ‘칠전팔기’가 떠오른 다고 했고 “권력욕과 이중성을 생각한다”(고려대3)는 학생들도 있었다. 또 연상되는 속담이나 노래로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나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윤시내의 DJ에게) “한번만 안 아주세요”(영턱스의 타인)를 적고 있다.
학생들은 김 총재에게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가 왔 다는 것은 알지만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줄 것”(서강대4)을 요구하거나 “지조를 지키자” “비겁하게 가면을 쓰지말고 제발 자신의 색깔을 찾아 달라”는 주문도 줄을 이었다. 숙명여대 3학년 한 학생은 특히 “대통령 이 되기 위해 김종필 엄삼탁 등을 끌어안는 것은 오히려 대통령에서 멀어 지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또 “30년 이상 대통령 후보를 독점하는 것은 또다른 독재가 아닌가”(외국어대4)라고 묻는 학생도 있었다. 그리고 “ 이번에는 될 것 같아요. 힘내세요”라고 적은 학생들도 30여명이나 됐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당선되면 꼭 약속을 지켜 달라”(이화여대 3)는 부 탁도 곁들였다.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에 대한 이미지는 역시 ‘대쪽’과 ‘법대로’였다. 하지만 굴절된 그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그를 “부러진 대쪽” “속이 텅 빈 대쪽”이라고 평가했 다. 아예 “바보”라고 조소하는 학생들도 10여명 됐다. 이들은 “주는 떡도 못먹는다”(서울대2)는 속담을 들이대며 이 총재의 정치력 부족을 비꼬았다. 또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거나 “간에 붙었다 쓸개 에 붙었다”라며 무원칙하게 보이는 그의 모습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가 단연 우위였고 “이땅 에서 군대는 누가 가느냐”(숭실대2)라는 불만섞인 질문도 많았다. 또 최 근 이 총재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성균관대 한 학생은 “머리색깔 바꾼다고 뭐가 달라집니까”라고 묻고 “겸허한 태도 로 솔직하게 행동할 것”을 주문했다. 응답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초반 의 꼿꼿함이 사라진 순간 유권자의 표도 함께 사라졌다는 점을 명심하라 ”며 앞으로 “정치적 이익에 연연하기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소신을 지 켜 달라”(숙명여대3)고 주문했다.
경선결과에 불복하고 후보로 나선 이인제 전 경기지사의 정치행태에 대해 서도 학생들은 시선은 매서웠다. 그를 보면 ‘아전인수’나 ‘독불장군’ 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집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서도 샌다’(서울대2)며 탈당을 비판하거나 ‘빈수레가 요란하다’( 고려대3)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이 전 지사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그 대부분은 경선불 복과 신의에 관한 문제제기였다. 숙명여대 3학년 한 학생은 “남아일언 중천금”이라며 “민주주의의 기본부터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목적의 정당성을 무기로 모든 것을 정당화 하지말라” 거나 “젊은 나이에 벌써 약속을 어기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지적도 높았다. 또 ‘세대교체 론’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많은 학생은 “여당에서 호 의호식하던 분이 어떤 명분으로 세대교체를 주장하시는지”(연세대3)라는 어조의 물음을 던졌다. 일부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약속을 어기 는데 국민을 들먹이지 말라”(외국어대4)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조순 총재는 <경제학 원론>과 ‘산신령’으로 인상지워져 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안 나와도 될 뻔…” “귀가 너무 엷다” “판세 를 잘못 읽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고 “이기택씨한테 더 이용당하지 말기를…”(고려대3)이라는 충고도 있었다. 또 “속세로 들어간 산신령” 이라 비꼬거나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며 조 총재의 대선출마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너나없이 “서울시민도 중요하다”거나 “시민 의 불만이 대선에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권영길은 ‘머리띠’가 생각난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정치행태는 “내각제” “권모술수” “어부지리” 등의 단어로 규정했다. 그리고 30여명의 학생들이 “가야할 때를 아는 이 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싯구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또 서울대의 한 학생은 “정치의 목적은 자신의 안위를 위한 협상이 아니 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민중민주세력의 대변자를 자임하고 나선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을 학생 들은 “노동법” “파업” “머리띠”라는 말로 기억했다. “힘내세요” “말없는 후원이 많아요”라는 격려성 발언이 주조를 이뤘고 이들은 강산 에의 “너라면 할 수 있을꺼야”라는 노래를 권 위원장에게 들려주고 싶 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우려나 “정권교체를 위해 물러나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후보들의 정치행태에 대해 가감없는 비판을 한 대부분의 정치학도들의 공 통된 주문 하나. “투명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달라.”
신승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