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사이비 세대교체는 싫다


누가 진짜 세대교체의 주역인가.

최근 이인제 전 경기지사와 노무현 전 의원 사이에 세대교체 자격여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신한국당을 탈당해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 전 지사 가 정치권의 세대교체 주역임을 자처하고 나선 데 대해 노 전 의원이 정 면에서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 전 의원은 이 전 지사를 겨냥해 ‘ 사이비 세대교체론’ 타파를 주창하고 나서면서 그와의 연대를 추진해온 통추의 앞으로 진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인제는 세대교체 깃발 들 자격 없다”

올해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사실 세대교체의 깃발은 이 전 지사의 전유 물처럼 여겨져왔다. 그는 신한국당 경선과정에서도 유일하게 50대 후보라 는 젊음을 바탕으로 세대교체의 바람을 일으키며 선전을 했다. 그가 신한 국당 경선에서 패배했음에도 경선에 불복하고 신한국당을 탈당해 독자출 마를 선언한 것도 바로 ‘세대교체 깃발’이 자신을 구원해줄 것으로 믿 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월13일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30년 낡고 병 든 3김 중심의 망국적 지역주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며 “ 세대교체만이 생산적인 정치의 틀을 창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출마명분을 세대교체에서 찾은 것이다. 실제로 30대, 40대 젊은층에서 그 는 이회창 후보보다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세대교체의 바람을 일으킴으로써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자 신이 사실상 여권의 대선후보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권교체가 DJ(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구호라면 세대교체는 자신의 구 호로 부각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정권교체와 세대교체 대결로 몰아감으로써 결국 대선국면을 ‘김대중과 이인제’의 2자 대결구 도로 전환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세대교체의 깃발 아래 현실적인 정 치적 힘을 싣기 위해 신한국당 민주계 일부와 조순 민주당 총재, 국민통 합추진회의 등과의 연대를 구상하고 있다.

이런 원대한 구상에 노무현 전 의원이 정면에서 반기를 들고 나왔다. 노 씨는 이 전 지사의 세대교체론에 대해 한마디로 ‘사이비 세대교체론’이 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에겐 세대교체 깃발을 주창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 하고 있다.

노씨는 통추의 대선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7일 열린 상임집행위에서도 ‘ 진짜 세대교체론’을 내세워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노씨는 이날 “3당 야 합에 참여한 사람에게 세대교체의 깃발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며 그와의 연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씨는 또 “민주주의의 원칙을 파괴하 고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아 온 3당 야합세력의 일부가 세대교체의 깃발을 들고 정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이들이 들고 있는 깃발은 세대교 체의 깃발이 아니라 거짓과 기만의 깃발”이라고 혹평했다. 노씨는 이를 막기 위해 통추가 독자후보 출마를 적극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 김 청산과 세대교체의 깃발은 우리 통추의 깃발”이라는 것이다. 노씨는 정권교체론과 세대교체론에 대해서도 이 둘을 동시에 실현할 수 없다면 일단 정권교체를 달성한 뒤 세대교체론은 다음 정권에서 통추의 몫으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동안 이 전 지사와의 연대에 무게를 두고 추진해온 통추의 대선참여 논 의는 노씨의 ‘사이비 세대교체론’ 타파 주창 이후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로 단일화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 는 게 노씨의 입장이다.


이인제로 귀결될 개혁대연합 반대

노씨는 이런 차원에서 신한국당 서석재 의원이 추진중인 신한국당 민주계 와 조순 민주당 총재, 이인제 후보, 통추의 이른바 ‘개혁대연합’구상에 대해서도 서 의원이 3당 합당의 주역인데다 결과적으로 이인제 후보로의 단일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이에 대해 텔레비전 토론회 등에서 “정치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누구나 한 시대를 살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며 자신이 세대교체론의 적격자임 을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쪽은 “노씨의 주장은 현실정치를 지나치게 이 상론으로 접근하면서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보는 편협된 사고”라고 반박 하고 있다.

세대교체론 공방은 그동안 인물위주의 대결로 펼쳐지던 대선국면에 하나 의 신선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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