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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축구의 눈물

(사진/`물러난 맹장'. 감의 퇴진은 사면초가에 몰린 익본 축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 축구가 호된 시련을 맞고 있다. 안방에서 한국에 역전승을 당한 데 이어 약체 카자흐스탄과의 원정경기에서 막판 동점골을 내주면서 비겨 안 팎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월드컵 진출의 꿈이 꺼져가고 있는 데 대해 절망하고 있고, 축구계는 초상집 분위기에 휩싸였 다. 가모 슈 감독이 전격 경질됐고, 나가누마 겐 축구협회장은 사의를 표 명하고 나섰다. 전쟁 중 장수를 갈아치울 만큼 일본 축구가 충격에 빠져 있는 것이다.

가모의 퇴진은 사면초가에 몰린 일본 축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에 역전패당한 뒤 한 스포츠신문으로부터 “할복자살하라”는 극언까 지 들어야 했던 그는 카자흐스탄에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함으로써 더이상 자리를 부지할 수 없었다. 무명에 가까운 선수 시절을 보내고 지도자로서 축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그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셈이다.

가모는 차범근 감독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차 감독이 화려한 현역 시 절을 보낸 반면 가모는 평범한 선수로 현역을 마감했다. 효고현의 아시야 고교 시절 축구를 시작한 그는 간사이대학을 거쳐 64년부터 실업팀 얀마 디젤(현 오사카 세레소)에서 3년 남짓 공을 찬 게 선수경력의 전부다. 실 업팀 시절 포워드로 14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는 데 그쳤고, 일본 대표선 수에 뽑힌 적도 없다. 그러나 지도자로서 가모는 착실하게 명성을 쌓아갔 다. 차 감독이 90년 현대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반 면, 가모는 이미 67년 얀마디젤팀의 감독을 맡았다. 그후 닛산(현 요코하 마 마리노스)과 젠닛쿠(현 요코하마 플뤼겔스) 감독을 거쳐 95년 일본 월 드컵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그동안 각종 경기에서 25승7무13패를 기록하 며 한국축구 타도의 선봉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바로 그 한국축구의 벽에 걸려 결국 중도하차라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일본은 일단 가모 후임으로 오카다 다케시 현 대표팀 코치를 임명했다. 오카다는 선수 시절 당당히 입시경쟁을 통해 와세다대 정경학부에 입학한 수재로 가모 체제가 출범한 이후 줄곧 코치로서 묵묵히 제몫을 해왔다. 지난 LA올림픽 예선전에서 대표로 출전하는 등 선수로서도 두각을 나타냈 던 그는 특히 축구이론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이 앞으로 남은 경기를 오카다에게 전적으로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벌써부터 사령탑 강화를 위해 한때 ‘하얀 펠 레’로 불리며 그라운드를 휘젓던 브라질 출신의 지코(현 가시마 엔틀러 스 감독)를 대표팀 총감독으로 영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 이다. 실력만큼 성적이 따르지 않는다는 일본축구가 최악의 상황을 딛고 극적으로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유강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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