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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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대를 찾았다. 급히 <한겨레21>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뒷장부터 넘겼 다. 큼지막한 활자로 찍힌 자신의 이름. 찌르르,전율이 밀려왔다. 말아든 <한겨레21>로 머리를 치며 큰 웃음을 날렸다. 거리를 지나는 이들이 이상 한 눈으로 힐끔거렸다.
<한겨레21>한가위 퀴즈대잔치는 그에게 가장 큰 행운을 선물했다. 아토스 를 품에 안겨준 것이다. 나원주(26)씨. 아직 직업이 없는 취업준비생이다 . 지난해 2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방송사 PD시험에 도전했 으나 고배를 마시고 재수중이다.
사실 아토스는 그림의 떡이다.그에겐 면허도 없다. 그럼에도 노트북이 아 닌 아토스를 택한 이유가 있다. 애초에 자신을 위해서 상품을 고른 게 아 니었던 것이다. “막내 여동생에게 줄 겁니다. 고향 광주에서 농협에 다 니고 있지요.” 그는 정말 현대자동차에 보낸 당첨증명서를 여동생 나경 희(21)씨 이름으로 작성했다. “오빠 노릇 한번 해보네요. 그동안 막내에 게 해준 것 없이 신세만 졌는데….” 아깝게 미끄러진 건 다른 가족들인 지도 모른다. 2단계에선 큰 형님을 위해 LG PCS폰을, 3단계에선 부모님을 위해 홍콩 여행권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기독자가 아니었다. 대신 대학 때부터 꾸준히 사보았다고 한다. “대학 때 동아리방에서 처음 만났지요. 지금은 취업논문과 상식을 위해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따뜻하고 강한 잡지란 느낌이 들어요.” 그는 아 토스 당첨과 함께 <한겨레21> 3년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한겨레21>퀴즈의 행운은 인생의 행운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그는 얼마 남지 않은 PD시험을 위해 1년간 숨가쁘게 살았다. 도서관만 오간 게 아니 었다. 5개월간 KBS 서강방송아카데미에서 다큐멘터리 실습작품을 만드느 라 엄청 바빴다.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4단계 추첨에서 1,025대 1 의 경쟁률도 뚫었는데 무엇이 무섭겠습니까.”
고경태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